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반(反)정부시위에 대해 ‘국민의 저항권 행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규모 집회에 강경 대응해온 이전의 보수정부와 차별화된 유화적 행보로 로하니 대통령이 이번 시위를 보수 종교세력에 맞서는 동력으로 역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2017년 12월31일(현지시간) TV를 통해 방송된 내각회의 영상에서 “이란 국민들은 비판과 항의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12월28일 이후 로하니 대통령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반정부시위에 강경한 입장이었던 과거 보수정부와 확연히 대조되는 태도다. 일각에서는 시위가 로하니 정권의 경제실정 외에 신정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는 등 복잡하게 전개돼 로하니 대통령이 보수 종교세력의 지도자이자 정적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견제하기 위해 시위 여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위는 이날도 수도 테헤란, 북동부 마샤드, 서부 아라크 등 1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으며 테헤란 중심부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도 발생했다. 12월30일에만도 테헤란에서 20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가 검거되는 등 전국적으로 300명 이상이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시위조직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폰 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차단하며 시위 확산 방지에 나섰다.
한편 로하니 대통령은 반정부시위를 이란 정권 비판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한 남자가 우리 국민을 테러리스트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잊은 모양”이라며 “그는 이란 국민을 동정할 권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정부시위 발발 이후 연일 이란의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하는 트윗을 날리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이란 국민의 평화적 저항에 대한 성명’에서 “이란 정권은 국민에 의해 시험대에 올랐다. 자유와 인권이 진전되기를 기도한다”며 반정부시위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 입장을 내놓았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