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시사하며 급물살을 탄 남북 간 대화 기류에 대해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와 전문가들은 2일 기대감과 함께 우려 섞인 반응도 내놓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남남갈등이나 한미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물샐틈없는 한미 비핵화 공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경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확답받는 것이 먼저이며 대화 추진 과정에서 미국과의 ‘찰떡 공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평창올림픽 때까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면서 “우리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대북 제재에 소극적으로 바뀌면 한미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북한이 명확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한미공조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경 펠로인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역시 북한의 대화 제안에 담긴 속내를 간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전 본부장은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내세우며 대화 제의를 한 것은 국제 제재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을 탈피해보려는 의도”라면서 “북한이 해빙 무드를 이용해 핵무기 완성에 더욱 속도를 내는 동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신 전 본부장은 특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는 등 북한의 의도대로 말려 들어가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북한이 압박과 제재를 참지 못하고 대화에 나오는 것과 핵무장 시간을 벌기 위해 대화에 나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우리 정부는 평창올림픽과 별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계속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내세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미국 전략자산 배치 중단 등에 대해 “절대 합의해줄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 문제를 논의할 수는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는 힘들지만 어려워진 북한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는 신호를 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남북 간 대화를 확대해 북미 간 대화 또는 러시아까지 포함한 다자적 형태의 논의까지 진전시킬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경 펠로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남북관계가 단기적으로는 개선될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정 실장은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계기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노리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끄는 게 목적이지만 북한은 비핵화는 물론 핵 동결에도 전혀 관심이 없어 남북 간 대화의 진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라는 비핵화 옵션 외에도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 기존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경 펠로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양 교수는 “남북 대화 도중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낮을 것 같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우리도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위기가 진정되고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효정·류호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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