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4일 두 당의 정강·정책을 놓고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통합정당의 정체성 우려에 선을 그었다.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내 의원들은 ‘개혁신당 창당’ 카드를 꺼내 들고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통합파와 정면 충돌했다. 통합과 분열이 한데 뒤엉키며 국민의당 내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바른 두 정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바른 양당의 강령(정강·정책) 통합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강령의 구조적 유사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각 당의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의 이태흥 부원장과 바른정책연구소의 최홍재 부소장이 발제자로 나선 토론회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강령 비교 결과를 소개한 뒤 “주요 분야별 구성과 내용, 구조적 유사성이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참석 의원들도 이 같은 공통점을 부각하며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우려를 차단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양당의 강령을 읽어보면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어도 사실상 똑같다”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스스로 진영논리에 빠져 서로 다를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대북관에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많은데 두 대표의 차이는 이를테면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차이와 똑같다”며 “약간의 차이는 오히려 정당을 건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다만 햇볕정책을 신당 강령에 적시하는 문제를 두고는 양당은 물론 국민의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한편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개혁신당 창당도 검토하겠다’며 안 대표 측을 압박했다. 안 대표가 통합을 밀어붙인다면 집단탈당이라는 초강수를 두겠다는 경고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통합을 추진한다면 확실하게 갈라설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당 내부에서 11명의 의원이 신당 추진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중도파까지 흡수할 경우 최소 20석 이상을 모아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게 반대파의 논리다. 반대파의 한 관계자는 “일방적인 보수야합으로 ‘유승민과는 함께 못한다’가 아닌 ‘안철수와는 함께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은 통합 맹공에 수비만 해왔지만 이제부터는 공격에 나서 득점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전당대회에 대응하며 신당 창당을 함께 모색하는 투트랙으로 통합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신당 창당을 위해서는 안 대표가 비례대표 의원의 출당을 용인해줘야 한다./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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