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예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사는 사회의 규범이 몸에 자연스럽게 배여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가정·학교·사회 등 평생에 걸쳐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사회규범도 바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로운 형태의 교류 공간도 생기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예의 교육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예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 성인남녀 736명 가운데 62%는 ‘예의규범 교육 강화’를 꼽았다. ‘엄격한 법집행(23%)’ ‘새로운 규범 신설(9%)’ ‘경제성장(6%)’ 등이 뒤를 이었지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문제의 원인 진단과 맥을 같이한다. 이번 설문에서 국민들은 우리나라 예의 수준이 낮은 이유로 ‘경쟁사회 속 개인주의 강화(36%)’를 가장 많이 꼽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교육 시스템 부족(28%)’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보면 타인을 배려하는 예의교육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 본인이 타인을 불쾌하게 했던 행동을 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불쾌해 할 줄 몰라서(39%)’와 ‘배려를 잊어서(39%)’가 80%에 육박했다. 자신의 행동이 남을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고 몸에 확실하게 배어 있지 않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어렸을 때부터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가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예의범절이 잘 지켜지는 문화가 정착된다”며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의 도덕과 사회화 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적용된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 1·2학년의 ‘바른생활’ 수업시간은 2년간 총 128시간으로 1주일에 한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국어(448시간), 수학(256시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김세령 한남초등학교 교감은 “학교에서 실질적인 예절이나 공중도덕 교육은 1학년 때 정도만 이뤄진다”며 “최근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하는 가정교육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의 관련 교육은 평생교육 관점에서 새롭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정교육의 주체인 부모는 어떻게 아이를 가르쳐야 할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또 연령대별로 지켜야 할 사회규범과 타인에 대한 배려도 달라진다. 게다가 온라인 공간에서의 예의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한다. 이번 설문에서도 타인에 대한 예절이 가장 부족한 분야로 ‘댓글 등 온라인 공간(26%)’이 가장 많았고 ‘공공장소 이용(23%)’ ‘사회적 약자(13%)’ ‘대중교통 이용 매너(11%)’ 등의 순이었다.
정창우 서울대 인성교육연구센터장은 “학생들에 대한 인성교육도 중요하지만 자녀나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성인들의 예절문화가 실질적으로는 더 중요하다”며 “성인들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자기 성찰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고치게 되고 그걸 보고 아이들도 따라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성교육은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태어났을 때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생애 단계별 평생교육 차원에서 국가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