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관리사무소에 40대 중반 여성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다짜고짜 “왜 자꾸 내 차에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량에 입주민 스티커를 붙이지 않아 그랬다”며 “온 김에 스티커를 받아 가시라”는 관리소장의 설명에도 여성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국인은 자기 일에만 파묻혀 공동체 규범을 무시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종종 잊으며 ‘무례(無禮)한 사회’에 살고 있다. 대중교통·공공장소·온라인·직장 등에서 타인을 불쾌하게 하는 행동을 때로는 의식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저지른다.
서울경제신문이 무술년을 맞아 전국 성인남녀 7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59%)꼴로 한국 사회의 예의점수를 70점 이하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타인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부족한 이유로 ‘경쟁사회 속 개인주의 강화(36%)’를 가장 많이 꼽았고 ‘타인 배려 교육 시스템 부족(28%)’ ‘사회변화에 따른 규범 혼동(15%)’ 등이 뒤를 이었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유교문화에서 발현된 공동체로 사회적 유대와 연대가 강했지만 최근 사회 전체적으로 경쟁 이데올로기가 심화하면서 개인주의가 강화하고 타인을 위한 배려가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는 시대적 요구로 떠오르고 있는 ‘예의’의 의미를 재해석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서경 연중 캠페인 ‘예의를 지킵시다’를 연재한다. △사회적 약자 △공공장소 △온라인 △교통규칙 △직장생활 △교사와 학생 △공연장 △옷차림 등에 대한 고발과 제언으로 현실을 돌아보고 일상의 격을 높이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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