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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10억엔' 반환 검토...파기는 안 할듯

외교부, 오늘 후속조치 발표

국제적 신뢰 고려해 재협상보다

日에 책임있는 행동 요구 가능성

김용길(왼쪽)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오른쪽)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의 한일 위안부합의 후속 조치가 9일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의 반환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8일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0억엔을 반환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안부합의의 내용과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는 정부의 판단과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입장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는 10억엔을 반환하더라도 위안부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이면 합의 등 흠결은 있지만 국가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경우 국제적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위안부 합의가 내용상·절차상으로 중대한 흠결을 안고 있어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장 합의의 재협상 또는 파기 절차에 들어가지는 않고 우리 정부 차원에서 취할 조치들을 취할 것임을 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합의의 파기·재협상 요구 등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며 구체적으로 취할 조치를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 “지난 정부의 합의가 잘못됐지만 과거 정부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도 사실이니 양국 관계 속에서 풀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아닌 외교부에서 위안부합의 후속 조치를 발표하는 것 또한 문 대통령의 이러한 부담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애초 정부는 위안부합의 문제가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10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식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발표 방식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후속 조치와 함께 ‘위안부합의가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선언하고 피해자 구제와 명예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과 인류 보편주의 정신에 따라 일본 정부가 잘못된 위안부합의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자발적으로 취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본이 우리 정부의 후속 조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교도통신은 한국을 방문 중인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이날 한국 외교부와의 국장급 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한국이 위안부합의를 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가나스기 국장의 발언을 ‘한국이 합의 파기 이외의 조치를 일본에 요구한다 해도 위안부합의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거절할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한 일본의 반발이 거셀 경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원하는 정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의 방일 등을 통한 ‘셔틀외교’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가 더욱 단단해져야 하는 시점에 한일관계는 더욱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박효정·민병권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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