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문제의 기저에는 뒤틀릴 대로 뒤틀린 입시제도가 있다. 모든 교육의 결과가 대학 입시로 연결되다 보니 다양성·전문성을 키우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교육 시스템 전반이 왜곡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 1994년 도입된 이래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당초 취지와 달리 단순 암기식 지식을 강요하고 소극적인 학습 문화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다양성 확보를 위해 도입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의무교육 단계부터 ‘스펙 쌓기’에 매몰된 학생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육 제도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정책 입안자와 교육 수요자 모두 명확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데도 개선이 어렵다는 점이다. 어느 정부나 바람직한 의식 형성과 ‘앎’의 과정을 위한 교육을 추구해왔다. 과열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견뎌내야 하는 학부모·학생들도 선진국형 교육 시스템으로 변하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1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38.3%는 현행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입시 위주의 획일화 교육’을 꼽았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동시에 변하지 않는 한 ‘사회적 성공’의 척도가 되는 현 대입 시스템에서 먼저 희생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고 그러면 ‘사회적 낙오’로 인식돼 버리는 현실에서 입시를 외면할 수 없는 구조다. 교육열이 높은 강남권에서 고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한 달에 몇 백만원씩 써가면서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두들 다 같이 학원에 보내지 말자고 하면 그렇게 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먼저 그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5지 선다’로 대표되는 점수 따먹기 식 수능은 아이들의 지적 상상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이 통하는 것은 공부의 목적 자체가 상급 학교 진학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학교도 수능 위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 수업은 점점 교과 성격이 단순해지고 수능에 도움이 되는 단순하고 간결한 내용으로 압축해서 전달하게 된다. 필연적으로 암기 위주 학습이 된다. 문제풀이 도사가 된 아이들은 심지어 잘못 출제된 문제마저도 ‘맞히는 방법이 있다’며 정보를 공유하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강현석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는 입시가 학교 교육 정상화를 왜곡하는 구조다.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에서도 공정성만 추구하다 보니 문제 해결력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하는 근본적 문제가 생긴다”며 “사회 시스템 자체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며 이는 사회 인프라 전반이 바뀌어야 할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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