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수백억 원대 배임을 저지른 의혹 등을 받는 조현준(49) 효성그룹 회장이 17일 검찰에 출석했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2014년 7월부터 친형인 조 회장을 상대로 수십 건의 고발을 제기하는 등 ‘형제의 난’ 이후 3년여 만에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조 회장은 이날 9시 24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집안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김양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추궁했다.
조 회장은 2010∼2015년 측근 홍모씨의 유령회사를 효성그룹 건설사업 유통 과정에 끼워 넣어 ‘통행세’로 100여억원의 이익을 안겨주고, 그 돈만큼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자신이 지분을 가진 부실 계열사 갤럭시아포토닉스에 효성이 수백억원을 부당지원하게 한 혐의, 300억원 규모의 ‘아트펀드’를 통해 미술품을 비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횡령하고 이 부실의 연대보증을 효성에 떠넘긴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노틸러스효성 등 계열사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홍콩 페이퍼컴퍼니에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수년간 수십억을 보내게 하는 등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의심하고 있다. 또 조 회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인대회 출신 영화배우, 드라마 단역배우 등 4명을 ‘촉탁 사원’ 형식으로 허위 채용해 급여를 지급했다는 의혹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 회장의 진술 내용 등을 검토한 뒤 그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효성의 비자금·경영비리 의혹은 조 회장의 동생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2014년 7월부터 조 회장을 상대로 수십 건의 고발을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고발 사건 이후 검찰은 3년여가 흐른 지난달에서야 효성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2010년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이후 사면됐던 조 회장은 2013년 효성그룹 탈세 수사 당시 법인카드로 16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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