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교·안보 관계부처 업무계획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제재·압박 방안은 없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 북핵 위협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제재보다 남북관계 개선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국방부·통일부·문화체육관광부·국가보훈처는 19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안보 상황과 남북관계 개선’을 주제로 5개 부처 합동업무보고를 열었다.
국방부는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평창올림픽 참가를 명분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를 요구하는 등 한미 공조의 이완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국방부는 “북한은 대미(對美) 전쟁 억제력 확보 차원의 핵·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작업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는 남북 간 긴장 지속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대화 모멘텀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만 보고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등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면서도 ‘북한의 도발 강행 시 미국 내 강경 입장 부각 가능성’은 외교의 장애요인으로 봤다. 26쪽 분량의 외교부 서면 업무보고 자료에 ‘제재’라는 단어는 4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추가도발 대비 방안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대비하고 있는 세 가지 방안 정도만 논의됐다”며 “추가 대북 독자제재 등 북한 도발이라는 가정적 상황에 대한 논의는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일부 역시 북핵 위협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통일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의사가 없어 향후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면서도 남북대화 활성화와 남북교류의 확대·발전을 강조했다. 주요 정책으로는 민간·지자체의 남북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진전시키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난해 9월 의결됐지만 아직 집행하지 못한 800만달러 규모의 인도사업 외에 추가적인 지원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는 오는 8월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남북 공동입장과 2030년 동계올림픽 공동 개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것처럼 아시안게임에서도 종목에 따라 단일팀 추진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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