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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상 첫 단일팀] 女하키 감독에 전권 준다더니…"매경기 北선수 3명 출전" 못 박아

IOC 여자하키 남북단일팀 승인

호흡 맞추려면 시간 부족한데도

북한선수 합류 날짜도 못 받아와

흥행노린 IOC 와일드카드 남발

"피땀 흘린 선수들 맥 빠져" 비판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4부리그 세계선수권 남북한 경기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으로 올림픽 사상 최초의 단일팀이 탄생하게 됐지만 우려의 시선은 여전히 강하다.

남북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주재로 열린 20일 스위스 로잔 회의에서 IOC는 여자 아이스하키의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최종 승인했다. 북한 선수 12명이 우리 팀에 합류해 단일팀은 예외적으로 35명으로 구성된다. 아이스하키 규정상의 엔트리는 23명이다. 이중 실제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게임 엔트리는 매 경기 22명. 단일팀은 대회 엔트리의 경우 다른 팀보다 12명이 많은데 게임 엔트리는 똑같이 22명을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와 조별리그에서 만날 스위스와 일본 등이 단일팀의 엔트리 확대에 언론을 통해 불만을 표시했음에도 ‘평화올림픽’에 방점을 찍은 IOC는 단일팀 구성에 손을 들어주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의 불참으로 올림픽 흥행에 비상이 걸린 IOC로서는 관심도가 높은 남북 단일팀 이슈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올림픽 개막까지 참가국들의 양해를 구하는 역할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매 경기 북한 선수 3명을 출전시키기로 한 합의 사항이다. 정부는 로잔 회의 직전까지 “우리 선수에게 전혀 피해 없도록 하겠다” “선수 기용과 관련해서는 감독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강조했으나 결국 두 가지 약속을 모두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예선 3경기와 순위결정전 2경기까지 총 5경기를 치른다. 이 5경기에 매번 북한 선수를 3명씩 내보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우리 선수가 그만큼 출전 시간을 뺏긴다. 감독의 경기 운영에도 이미 개입하고 있다. 새러 머리(캐나다) 대표팀 감독은 최근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는데 북한 선수 기용을 아예 단일팀의 룰로 못 박아놓았다.

우리 선수단은 시간과의 싸움에 내몰리게 됐다. 2월4일 스웨덴과 평가전 뒤 5일 선수촌에 입소, 10일 스위스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는데 북한 선수 12명의 기량을 파악할 시간은 물론 손발을 맞춰볼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첫 경기까지는 3주도 남지 않은 상황. 로잔 대표단은 북한 선수의 파견 날짜에 대해 “2월1일 이전 훈련에 합류해달라”고 요청하고 21일 돌아왔다. 남자 아이스하키의 한 대학팀 감독은 21일 “새로 들어오는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려면 한 달도 모자란다”며 “더 걱정스러운 것은 팀 분위기다. 종목 특성상 조직력이 생명인데 하나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시점에 이질감을 줄이는 데 신경 써야 할 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감독은 북한 선수의 활용법에 대해 “오랜 시간 같이 손발을 맞춘 선수들 틈에 3명을 끼워 넣으면 라인이 깨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세 선수를 한 조에 묶어서 쓰는 게 가장 안전할 것 같고 가능하면 공격수만 3명을 한 라인에 활용하는 게 경기력에는 그나마 영향을 덜 줄 것 같다”고 했다. 전력 극대화를 고민해야 할 국가대표팀이 전력 손실 최소화를 최우선목표로 전술을 짜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는 여자 아이스하키 12명을 포함, 22명으로 확정됐다. 동계올림픽 참가 사상 최대 규모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쇼트트랙 남자 1,500m 정광범·500m 최은성,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한춘경·박일철·리영금(여), 알파인 스키의 최명광·강성일·김련향(여)이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21일 “기량 미달의 선수가 출전할 경우 부상 위험이 큰 알파인 스키 스피드 종목 대신 회전·대회전 종목에만 선수를 파견하는 것은 잘 된 일”이라면서도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남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올림픽 출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피땀 흘린 선수들로서는 맥빠지는 일이며 IOC 스스로 올림픽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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