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반이 한 번 오면 그냥 가는 줄 아세요? 거래문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PC에 남은 기록도 복사해서 가져갑니다. 사람들도 이런 걸 모를 리가 없죠. 거래 분위기도 이전에 비해 조금 식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격을 내리거나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늘지는 않는다는 거죠.”(서울 강남구 대치동 S공인 관계자)
정부가 합동단속반을 현장에 파견하고 막대한 규모의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은 다소 차분해진 모습이다. 특히 초과이익환수제 시행과 보유세 인상 등이 미칠 영향을 가늠한 후 매수에 나서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단속으로 매도호가가 내려가거나 매물이 늘어나는 등의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과 합동으로 부동산 시장 단속에 나서자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집단휴업으로 맞대응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 19일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 주공5단지’ 중앙상가에 밀집된 중개업소 50여곳 중 문을 연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개포동의 ‘개포 주공1단지’,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 인근에 모인 중개업소 중 90% 이상은 문을 걸어 잠갔다.
대신 중개인들은 전화상담, 예약상담, 외부계약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물밑에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개포동의 D공인 관계자는 “상담과 계약 체결 등은 밖에서 하면 되고 전산처리는 단속이 없는 주말에 하거나 평일 낮이라도 불을 꺼두고 업무를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과거 정부 때부터 수차례 있었고 정부도 이런 걸 다 안다”고 말했다.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계속되자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최근의 급등세는 우선 차단되는 모습이다. 신천동의 T공인 관계자는 “최근 미친 듯이 가격이 오르면서 매수를 망설이던 사람이 적지 않았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단속이 진행되자 매수자·매도자 모두 이전보다 주춤해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집값이 떨어질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개포동의 B공인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가격은 결국은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른 것”이라면서 “강남권 주요 아파트는 매물이 급격하게 줄었지만 수요가 계속돼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되면서 가격이 치솟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단속 때문에 매물이 늘어나진 않았다”면서 “현재 개포1단지 전용 45㎡의 매매 가격은 15억원 선으로 시세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잠실동의 D공인 관계자는 “평소 10여개의 매물이 있었던 잠실 5단지에서 지금 매매할 수 있는 물건이 4~5개 정도”라면서 “잠실 5단지 전용 76㎡의 호가 19억원은 아직 변함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자금의 진정세가 오래갈 것 같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단속은 일시적이고 강남 재건축 가격을 움직일 만한 변수가 적지 않다는 이유다. 특히 초과이익환수제 부과가 제외된 강남 재건축 단지와 일반 아파트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압구정동의 R공인 관계자는 “장기적인 가치를 보고 강남 아파트 매입에 나섰던 사람들은 최근 분위기가 주춤하다고 해서 매물을 내놓지는 않는다”면서 “오히려 초과이익환수제로 재건축이 막히면 공급이 줄어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신천동의 T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을 조정한다는데 강남권은 이미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많다”면서 “오는 25일 이후 장기보유자 매물이 시장에 풀려 거래가 되고 재건축 연한 조정이 확정될 수 있어 혼란스러운 모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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