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강도치상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대구고법 형사1부(박준용 부장판사)는 강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3)씨 항소심에서 검사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17살 때인 2012년 1월 9일 오후 11시 50분경 경북에 있는 한 마트에 들어가 신문지로 감싼 흉기를 혼자 있던 마트 주인에게 들어대며 가진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했다. 놀란 마트 주인이 흉기를 움켜잡으며 저항하자 그는 그대로 달아났다. 마트 주인은 왼손이 칼에 베여 약 30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불우한 가정 형편 때문에 가출한 뒤 3∼4일 전부터 굶어 음식물을 사 먹기 위한 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1심은 기본 범죄가 미수에 그친 점, 합의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과 함께 범행 당시 피고인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감형하고 집행유예를 내렸다. 검찰은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점, 추운 겨울밤 상당 시간 동안 범행 장소를 지켜보며 기회를 노린 정황, 범행 뒤 피고인 행동 등을 종합하면 당시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당시 소년이었고 그 이전에는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홍태화인턴기자 taehw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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