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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물들이는 아재의 순정

돈꽃 '박정학 부성애'

황금빛 내인생 '최귀화 첫사랑'

흑기사 '김병옥 짝사랑'에 시청자도 심쿵

웃음·감동 버무린 순애보 연기

시청률 상승 일등공신으로 우뚝

안방극장 중년의 ‘아재 순정파’들이 시청자를 울리고 있다. 드라마 ‘돈꽃(MBC)’의 오 기사, ‘황금빛 내 인생(KBS)’의 강남구, ‘흑기사(KBS)’의 박철민이 바로 그 주인공들. 이들은 중년임에도 불구하고 첫사랑에 대한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을 표현해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MBC 주말 드라마 ‘돈꽃’




우선 시청률이 22.8%까지 오른 인기작 ‘돈꽃’에서 오 기사 역을 맡은 박정학의 활약은 특히 눈부시다. 오 기사는 극 중 정말란(이미숙)이 청아그룹으로 시집가면서 데리고 간 운전기사 겸 집사로 그의 아버지 역시 정말란 아버지의 기사였다.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한 말란은 자신이 수족처럼 부리는 오 기사를 통해 아들 장부천(장승조)을 낳아 청아그룹을 상속받을 계획을 세운다. 말란이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하고 늘 곁에 두고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버지임을 드러내지 못하는 절절한 부성애를 박정학은 절제된 연기로 완성해 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돈꽃’은 혼외자식, 청부살인, 불륜 등 막장 소재임에도 박정학을 비롯한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연기가 인간의 순정이 돈을 이긴다는 ‘판타지’를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는 평가다.

KBS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영화 ‘범죄도시’에서 어수룩한 형사 반장 역, ‘택시운전사’와 ‘1급 기밀’에서는 악역으로 관객과 만났던 최귀화는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오래 전 헤어진 첫사랑 희(정소영)를 가슴에 묻고 오직 빵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던 중 빵으로 인해 첫사랑과 운명적으로 재회하며 ‘짠내’ 나는 순애보를 보여주는 강남구 역을 맡았다. 반전 매력이 포인트다. 최귀화는 20년 전 첫사랑 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못 마시는 커피를 들이키고 희를 만나러 가기 전 설레는 마음을 코믹하고 애틋하게 표현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하며 연기 인생 최고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최귀화는 “꼭 해보고 싶었던 거칠고 투박한 멜로 연기를 보여드리는 중”이라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연기를 하고 있는데 시청자들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KBS 드라마 ‘흑기사’




악당 역을 주로 했던 김병옥 역시 ‘흑기사’를 통해 ‘순정파 아재’로 변신해 주목받고 있다. ‘흑기사’에서 김병옥은 가난한 고학생 시절 만났던 동네 누나 샤론(서지혜)을 짝사랑하는 소년이었고, 몇십 년이 흘러 거부가 됐다. 연상이었던 샤론에 “5년만 기다려 달라, 청혼할 거다”고 고백했지만 샤론은 이후 이사를 하고 행방을 감춘다. ‘흑기사’는 판타지물로 샤론은 죄를 지어 죽지 않고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귀신이다. 그러다 김병옥은 우연히 변하지 않은 모습의 샤론을 보고 헛것을 봤다고 착각하며 “누나 누나”를 외치는 장면은 웃음을, 실제로 샤론과 재회해 “누나 맞죠? 저 옛날에 신문배달 소년 철민이에요. 제가 누나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이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됐다고요!”라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을 절절하게 표현해 화제가 됐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초라한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나 성공을 다짐하는 청년의 모습에서 느껴진 풋풋함과 아련함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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