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남북관계가 급속히 해빙무드를 타고 있다. 지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북한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넘어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군사회담 및 고위급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간 군사적인 갈등이 완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임은 틀림없다. 더불어 국제사회의 제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중국과 함께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정제유와 석탄제재는 북한이 대외적으로 제재완화를 위해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우리는 북한이 남북대화로 나선 전략적인 의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에 참가해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한국으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유도해내고 국제제재를 완화해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국제적인 환경을 조성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한미군사훈련의 축소 및 중단을 통해 한미 간을 이간시키려는 것도 행간에 숨어 있다. 따라서 한국이 남북대화에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여는 데는 성공했지만 우리가 염원하는 비핵화의 길로 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문 대통령 역시 신년사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한의 평화정착을 위해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면서도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며 남북관계의 현실적인 제약을 인정했다. 실제로 북한은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입장을 밝히면서 동시에 핵탄두와 탄도미사일을 실천 배치하고 대량 생산하겠다고까지 했다. 결국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500명 규모의 북한 대표단이 참가하고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하는 것에 너무 몰입해서는 안 된다. 평창올림픽 이후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유지·발전시켜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내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오는 4월이 되면 남북관계는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될 것이고 이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또한 9월9일 북한 정권 70주년에는 북한이 핵무기 완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핵이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평창올림픽이 이벤트로만 끝난다면 남북관계는 더욱더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고위급 인사 파견을 우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남북개선의 관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이산가족상봉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이산가족의 상봉은 남북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면서 한반도의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시민단체의 협력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고위급 인사를 파견했으니 우리도 답방 차원에서 고위급 인사를 평양에 파견해 남북 간의 핫라인을 지속시킬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남북한 군사회담이 자연스럽게 정착되도록 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이 실질적으로 완화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한 군사회담을 성급하게 비핵화를 위한 협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무리할 필요는 없다. 그 단계가 되면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의 중단 요구, 미북 직접 대화 등 다양한 선택지를 이용해 한국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서 한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할 경우 동결, 그리고 폐기로 나아갈 경우 등 각 단계별로 한국과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둬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운전석에 앉을 수 있는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