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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컬링, 가족의 이름으로 기적을 꿈꾼다

부부·남매·자매·쌍둥이로 구성

여자팀, 그랜드슬램서 1위 격파

홈 이점 없는 환경에도 저력 과시

의성컬링센터서 마지막 담금질

컬링 대표팀 선수들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빙판 위의 두뇌게임으로 불리는 컬링의 또 다른 별명은 ‘가족 스포츠’다. 작전과 팀워크가 경기력의 생명인 만큼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 그대로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는 몇 대를 이어 컬링을 하는 가문도 드물지 않다.

우리나라 대표팀 구성원들도 가족의 끈끈한 정으로 연결돼 있다. 김민정 여자팀 감독과 장반석 믹스더블(혼성 2인조) 감독은 부부 사이이고 남자팀 선수 김민찬은 김민정 감독의 남동생이다. 한국 컬링의 개척자인 김경두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의 자녀가 바로 김민정·김민찬이다. 또 여자팀 김경애·김영미도 친자매이고 남자팀 이기복과 믹스더블의 이기정은 쌍둥이 형제다.

여자 대표팀은 경기도청 선수들이 대표로 나간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10팀 중 8위를 기록했는데 경북체육회 선수들로 짜인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사상 첫 메달 획득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민정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팀은 김은정 스킵(주장)과 김영미(리드), 김선영(세컨드), 김경애(서드), 김초희(후보)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팀명이 ‘팀 킴(Team Kim)’이다.

여자팀과 더불어 믹스더블도 메달권으로 기대된다. 믹스더블은 평창에서 올림픽에 첫선을 보이는 종목이다. 한국부터 중국·러시아·캐나다·스위스·미국·노르웨이·핀란드까지 8개국이 참가한다. 한국 대표는 장혜지·이기정.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믹스더블선수권에서 6위를 차지했다. 이기정은 “제가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믹스더블 대표라는 점이 가장 짜릿하다. 우리나라 첫 동계올림픽인 만큼 더더욱 이번 기회에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믹스더블은 개막식 전날인 오는 2월8일에 전 종목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린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한국은 이날 강릉 컬링센터에서 오전에는 핀란드, 오후에는 중국과 예선을 치른다. 참가국과 한 번씩 맞붙어 4강을 가리며 1-4위, 2-3위 팀이 준결승을 벌인다.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 중인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세계 8위인 여자팀은 캐나다에서 ‘올림픽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최강 캐나다를 7대4로 꺾으며 21일 동메달을 따낸 것. 의성여중·고에 다니던 소녀들이 취미로 컬링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세계 1위를 누른 것이다. 이들은 첫 2경기에서 져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3연승으로 8강에 합류하는 등 남다른 저력을 과시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이 이긴 캐나다 대표팀이 그대로 평창올림픽에 나서며 캐나다는 2월15일 한국의 예선 첫 경기 상대이기도 하다. 주장인 김은정은 “소치올림픽 대표선발전 탈락 이후 4년을 기다렸다. 국내에서는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해본 적이 없는데 올림픽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지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컬링 대표팀의 활약은 고군분투라는 표현이 딱 알맞다. 홈 이점을 극대화해도 모자랄 판에 올림픽 경기장인 강릉 컬링센터의 보강작업 일정 탓에 대표팀은 이 경기장에서 거의 훈련해보지 못했다. 새로 지은 진천선수촌 컬링장은 빙질이 적합하지 않아 대표팀은 태릉선수촌과 이천훈련원을 전전했고 지금은 가장 익숙한 의성컬링센터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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