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1박2일간 북한 선수들과 공동으로 훈련할 우리 측 선수단이 31일 전세항공편을 통해 북한 갈마비행장으로 떠났다. 전세기를 통한 방북 문제는 대북 제재를 놓고 우리 정부, 국내 항공사, 미국 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진 끝에 항공기 출발 약 1시간 전에야 최종 확정될 수 있었다.
이번 훈련의 방북단장을 맡은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이날 양양국제공항에서 “남북관계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럴 때일수록 남북은 상호 존중의 자세로 서로 합의한 사항을 잘 이행하는 자세로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를 잘 고려하고 주변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공동훈련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세기 운항은 출발 1시간 전에야 결정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조율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항공기 운항과 관련해 여러 조율되는 문제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북단이 이용한 기종은 아시아나항공의 A321이다. 애초 방북단은 이스타항공의 전세기를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스타항공은 미국행 항공편을 운행하지 않아 ‘방북한 비행기는 이후 180일간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한다’는 미국 독자제재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미국산인 보잉 항공기만 보유했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보잉 항공기가 북한에 들어가는 데 대해 미국과 북한 양쪽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다. 이에 따라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만든 A321 기종이 최종 낙점됐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선택된 뒤에는 미국의 제재가 문제됐으나 긴박하게 한미 간 조율이 완료됐다. 외교부는 “우리 방북단의 항공기 이용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미국의 독자제재로 우리 기업이 영향을 받는 일이 없도록 미국의 제재에 예외를 허가받는 절차를 미국 재무부와 원만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한미 간 조율에 진통을 겪으며 추후 남북대화 과정에서 또다시 급박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한이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과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위협적 열병식’ 발언을 거론하며 “동족대결을 고취하는 잡소리는 북남관계 개선의 흐름을 달가워하지 않는 미국과 남측 보수세력의 심기를 대변한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며 “북측은 남측 당국자들의 입에서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망언이 여전히 튀어나오는 조건에서 북남합의의 이행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효정기자·공동취재단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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