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치르고 또 다른 종목에 나가기 위해 훈련하고…. 평창올림픽은 그렇게 금방 지나갈 거예요. 근데 맛있는 한국 음식들은 꼭 맛보고 싶어요.”
미국의 여자 알파인스키 대표 미카엘라 시프린(23)은 올림픽 다관왕을 노릴 만큼 뛰어난 기량에 ‘호감형’ 외모까지 갖춰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빛낼 스타플레이어로 첫손에 꼽힌다. 2014소치올림픽 때도 ‘피겨퀸’ 김연아, 일본 스키점프의 다카나시 사라와 함께 올림픽 3대 미녀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프린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한 주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평창올림픽에서 3~4개 종목 또는 더 나아가 5개 전 종목에 출전하겠다”며 다관왕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시프린은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최연소 회전 종목 금메달 기록을 쓰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금메달을 딴 뒤 “다음 올림픽에서 5관왕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프린은 그러나 “너무 늦은 밤에 이뤄진 인터뷰였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기는 했는데 정확히 하자면 ‘5개 종목에 나갈 것이고 그러면 메달 5개를 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고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비자를 통해 이뤄진 이번 인터뷰에서 바로잡았다.
시프린은 당시 포부처럼 4년간 발전을 거듭했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10차례나 우승해 종합 선두로 평창을 찾는다. 월드컵 통산 우승은 41회. 23세 생일 이전에 41승을 올린 것은 오스트리아의 안네마리 모저 프뢸에 이어 시프린이 역대 두 번째다. 지난해 78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회전 종목 3연패를 달성한 시프린은 올해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한 해 5연속 우승 기록도 썼다. 전 세계 스포츠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한 선수에게 주는 ‘라우레우스 올해의 선수상’ 여자 부문에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등과 후보로 올라 있기도 하다. 최근 세 차례 실격 등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시프린은 “월드컵에서 이미 (슈퍼대회전을 뺀) 네 종목 시상대에 올라봤다. (주종목인) 회전·대회전에 신경 쓰고 있고 다른 종목들은 그다음에 생각하겠다”고 차분하게 밝혔다. 평창올림픽 여자 알파인스키 대회전은 오는 12일, 회전은 14일 용평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다.
시프린은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대회를 선수 출신인 어머니 아일린과 함께한다. 어머니가 매니저이며 코치인 셈이다. 또 레이스 전 엄마와의 단어 퍼즐 대결로 긴장을 푼다. 시프린은 “누구보다 잘 통하는 여행친구이자 메인코치나 다름없는 우리 엄마는 당연히 평창올림픽에도 같이 갈 것이다. 경기 전 루틴인 낮잠과 단어 퍼즐 맞추기는 한국에서도 변함없이 지킬 것”이라고 했다. 평창올림픽을 겨냥해 시프린은 하루 4~5시간씩 스키를 타고 체력훈련과 비디오 분석도 거르지 않고 있다.
시프린의 헬멧에는 ‘ABFTTB’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올웨이즈 비 패스터 댄 더 보이스(Always Be Faster Than The Boys·남자애들에게 질 수 없다)’의 약자다. 두 살 때 처음 스키를 탄 시프린은 항상 남자 선수들의 기술과 훈련을 보고 배웠고 때로는 대결을 벌인 끝에 지금의 자리에 섰다. 그는 “남자 선수들의 공격적인 경기장면을 보면 나 자신을 더 채찍질할 수 있다. 또 남자들의 기록에 가까워질 수 있을 때까지 한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자극이 된다”고 설명했다.
평창올림픽에서 5관왕 얘기까지 나오는 시프린은 2002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서 금 3, 은메달 1개를 딴 여자 알파인 대선배 야니카 코스텔리치(크로아티아)의 아성에 도전한다. 아직 이르지만 어쩌면 하계올림픽 수영의 금메달 수집가인 마이클 펠프스(미국)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시프린은 펠프스와의 비교에 대해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이지만 종목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물러섰다.
‘스키요정’이라는 별명 대신 ‘미키’ 또는 ‘미카’로 불러달라는 시프린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목표를 놓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였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왜냐하면 그게 실제 저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친구들이 저를 롤모델로 꼽을 때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는데 한 가지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어요. 노력 덕분에 유명한 선수가 됐을 뿐 저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번 서울경제신문과 시프린의 인터뷰를 주선한 비자는 ‘팀 비자’라는 이름으로 시프린과 한국 선수 6명을 포함,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전 세계 55명의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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