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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팀 코리아' 의미 있는 첫 걸음

실전무대 오른 女 하키 단일팀

강호 스웨덴에 1대3 패배했지만

박종아 만회골·북 정수현도 활약

3000여관중 "우리는 하나"함성

첫발 내디딘 단일팀에 열띤 응원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고혜인(왼쪽 세번째)과 박채린(왼쪽)이 4일 오후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들과 퍽을 다투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북한 공격수 정수현(오른쪽)이 4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마친 뒤 평창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박철호 북한 감독.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대회(평창올림픽)를 통해 우리 북과 남이 하나로 뭉쳐서 모든 것을 해나간다면 못 해낼 게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박철호 북한 감독)

“우리 북과 남이 힘과 마음을 합쳐서 달리고 또 달리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이루리라 확신합니다.”(북한 공격수 정수현)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열린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평가전. 경기 후 북한 스태프인 박철호 감독과 공격수 정수현은 한목소리로 ‘북과 남’ 단결의 효과를 강조했다. 둘은 이 한마디씩을 남긴 뒤 자리를 떴고 기자회견은 단일팀 감독인 새러 머리(캐나다)와 우리 공격수 박종아 둘만 남은 채 진행됐다.

올림픽 역사상 첫 단일팀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올림픽 전 처음이자 마지막 평가전이 구름 관중 앞에서 치러졌다. 한데 모여 “팀 코리아”를 외치고 들어간 단일팀은 1대3(1대3 0대0 0대0)으로 졌다. 스코어만 보면 세계랭킹 23위 한국이 지난해 7월 강릉에서 같은 상대인 스웨덴과 치른 두 차례 평가전과 비교해 조금 나았다. 당시는 0대3, 1대4로 패했다.

세계 5위 스웨덴에 비해 체격 조건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단일팀은 1피리어드에 2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18분15초에 박종아의 만회 골이 나오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관중의 환호성이 터져나왔지만 스웨덴은 1피리어드 종료 직전 추가 골을 넣었다. 이 스코어는 끝까지 갔다. 단일팀은 3피리어드 후반에 파상공세에 나섰으나 만회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스웨덴과의 2연전에서 유일한 골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영패를 막은 박종아는 “(북한과 맞춰본 게)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어차피 스포츠를 하는 거라 크게 어려움은 없다. 북측 선수들도 저희 전술과 시스템에 맞추려 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은 이날 평가전에 22명의 게임 엔트리 중 북한 선수 4명을 기용했다. 정수현을 2라인의 레프트 윙, 려송희를 3라인 센터, 김은향을 4라인 센터, 황충금을 4라인 수비수로 활용했다. 박은정과 랜디 희수 그리핀이 부상 중인 이유도 있었지만 북한 선수들을 한 라인에 몰아넣을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것이어서 주목된다. 아이스하키에서는 1라인에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선다. 4라인 기량이 가장 떨어진다. 머리 감독은 “터프하고 빠른 플레이가 돋보이는 정수현은 지금 모습이라면 계속 2라인에 기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 내용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3,200석 규모의 관중석이었다. 자리가 없어 통로에 앉아 경기를 보는 관중이 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들은 한반도가 그려진 작은 깃발과 막대풍선을 들고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지하의 연습링크에 천을 깔고 책상과 의자를 놓아 약 200석의 기자석을 만들었는데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으로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단일팀은 이날 곧바로 강릉으로 이동해 선수촌에 둥지를 틀었다. 단일팀이지만 남과 북은 다른 방을 쓴다. 머리 감독은 “미팅 등 스케줄상 같은 숙소가 편한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고 했다. 단일팀은 오는 10일 스위스, 12일 스웨덴, 14일 일본과 B조 조별리그를 치르고 이후 순위결정전 2경기를 더 가진다.

/인천=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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