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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웃음의 현대사] 일제 강점기에도 '유느님'은 존재했다





신불출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 만담 하나로 경성 민중을 울고 웃게 한 희극인이다. 특히 그는 일본에서 한창 인기 있던 만담을 조선에 변형된 형태로 도입해 신문에 여배우, 야구선수와 함께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끈 명실상부 ‘일제강점기의 유재석’이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신불출은 만담 중 구타를 당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가 38선을 허리띠에 비유하며 “화장실에 가면 허리띠를 풀듯 나라도 허리띠를 풀어야 한다”고 말하거나 “세계일주를 한다면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만나겠다”는 등 해방 후 한국 현대사에서 금기시하는 소재를 만담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1947년 월북했고 협동농장으로 추방당해 숨졌다.

‘웃음의 현대사’는 20세기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필부필부의 삶을 웃음으로 달래준 신불출과 같은 희극인들과 그들이 일했던 예능계의 역사를 다룬다. 26년 차 현직 방송작가인 저자는 일제강점기의 악극단, 서슬 퍼런 독재자들의 시대에 등장한 TV 코미디부터 모든 것이 예능이 되는 2010년까지의 예능을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한다. 특히 웃음과 재미는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 각 시대의 예능이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을 현대사 관점에서 서술하며 ‘시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웃게 한다’고 시종일관 주장한다. 교과서에서 배우기 어려운 근현대사와 문화사의 흐름을 우리에게 익숙한 원로 희극인이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겠다. 1만5,000원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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