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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26> '원통형 탄알집' 장착부대 대거 늘린 북한군

50~100여발 한꺼번에 집중사격...北 보병전술 변화 여부 주목해야

송탄 불량 가능성 높고 무겁다는 단점에도 대량 보급

北 국산화 가능성...기동간 사격 등 대응전술 고민 필요

지난 8일 북한군 창건 열병식에서는 특수작전군 외 전방부대들이 헬리컬 탄알집을 장비한 장면이 포착됐다. 북한군 단위부대의 전투전술 변화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북한군에 크게 늘어난 장비가 있다. 열병식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8일 열린 북한군의 ‘건군 70주년’ 열병식은 규모와 범위가 축소되고 행사 소요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늘어난 장비도 있다. 원통형 탄알집(북한에서는 탄창)을 장비한 부대가 대거 늘어났다.

원통형 탄알집(Helical Magazine)이란 보온병같이 긴 원통에 탄약을 담는 탄알집이다. 부피에 비해 장탄 수가 많고 총기의 높이는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80년 초중반. 미국의 신생 총기회사 캘리코사가 ‘캘리코 경량화기 시스템(CLWS)’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등장 당시 CLWS는 총기 설계의 새로운 혁명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장탄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과 단순한 구조, 공상과학(SF) 소설을 연상시키는 듯한 혁신적인 디자인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서는 M-16 소총 시리즈의 원형인 AR-15 소총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하며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견하기도 했다.

소총의 가늠자 부분에 50발들이 원통형 탄알집을 부착한 M-951 소총. 혁신적 설계로 관심을 모았다.


미래형 소총이라는 기대와 달리 CLWS의 실제 생산품인 M960·M980 시리즈는 판매 부진에 빠졌다. 미국이 군용으로 채용하지 않은데다 갈수록 총기규제가 심해져 대용량의 탄알집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퍼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본고장에서 CLWS는 소총의 구경을 줄이거나 보다 짧게 만든 민수용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지만 옛 동구권에서 관심을 갖는 국가들이 나타났다. 러시아 일부 회사도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북한이 이 같은 헬리컬 탄창을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호위병들이 착용하는 모습이 5년 전부터 포착되기 시작했다. 2017년 4월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는 북한의 특수작전군 병력 전원이 헬리컬 탄창을 장착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 2012년 8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무도 방문에서 확인된 호위병들의 헬리컬 탄알집. 가늠자 부분에 달렸던 켈리코사 제품과 달리 총검 위치에 탄알집을 결합하는 형식으로 관심을 모았다. 원통의 길이로 미뤄 최소 100발, 최대 130발까지 탄알을 수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왔다.


지난 2017년 4월 북한 열병식에서 특수작전군 병력들이 헬리컬 탄알집을 장착한 98식 보총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북한은 정규군이 이런 종류의 탄알집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국가다.


헬리컬 탄알집은 이번 열병식에서 보다 많이 등장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녹화방송한 열병식 장면에는 특수작전군뿐 아니라 4개 제대가 헬리컬 탄알집을 장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해보다 이 같은 형식의 탄알집을 크게 늘린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우리 군의 특임여단 창설 등 특수전 병력 강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특수전 병력을 늘렸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전선에 위치한 부대일수록 헬리컬 탄알집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방송 화면을 본 것이어서 확언할 수는 없지만 부대 깃발로 미뤄볼 때 휴전선 이북, 즉 전방을 책임지는 전연군단 병력들이 헬리컬 탄알집이 장착된 소총을 들고 행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시각, 즉 전방부대에 대한 보급이 시작됐다면 북한의 전투지침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유사시 우리 군의 최전방 장병들이 상대해야 할 북한군 병력이 헬리컬 탄알집이라는 새로운 장비로 무장해 새로운 전술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에서 북한군이 드럼형 탄알집(70발)으로 화력을 집중한 것처럼 또다시 원통형 탄알집이 맞상대로 떠오른 셈이다.



북한이 옛 동구권의 특수부대 기동 사격술을 중시하기에 헬리컬 탄알집 보급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오병무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 특수부대의 기동 간 사격은 아군의 손실을 최소화하며 기동하되 이동속도는 조준사격이 가능한 정도인 반면, 옛 동구권에서는 일제사격 이후 전원 돌격하는 방식을 선호했다”며 “북한군이 헬리컬 탄알집을 대량사용한다는 점을 분석하면 대응전술을 세우는 데 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효용성 여부다. 헬리컬 탄알집의 사용이 크게 늘어난 만큼 북한군의 전력도 보다 높아졌을까. 속단하기 어렵다. 헬리컬 탄창 자체가 지닌 취약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집중적인 사격으로 탄막을 형성해 적을 제압할 수 있는 효과는 있지만 세 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는 휴대성. 부피가 너무 크고 무거워 이동과 기동이 불편하다. 100발들이 원통형 탄알집이라면 총알과 탄알집의 무게는 11㎏이 넘는다. 헬리컬 탄알집을 갖고 있는 병사는 적어도 박격포병들이 운반하는 중량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송탄 불량 가능성. 탄알이 탄알집에서 약실로 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복잡해 송탄 불량이나 고장이 나기 십상이다. 탄알집이 대용량일수록 잔고장이 많은 게 바로 소총이다. 세 번째는 무게중심. 특전사 출신의 한 예비역 부사관의 증언에 따르면 국산 소음기관단총인 K7은 의외로 대원들의 불만의 샀다. 무겁고 부피가 큰 소음기가 달린 앞부분에 무게중심이 쏠려 정조준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는 것. 그는 “접철식인 K7 소음기단총의 개머리판을 신축성 소재로 된 신형으로 달고 나니 중심이 맞았다”며 “북한 98식 보총에 달린 헬리컬 탄알집이 비어 있더라도 무게중심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더욱이 탄알을 채우면 무게중심은 더욱 앞으로 쏠릴 수밖에 없어 정확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과연 헬리컬 탄알집을 어떻게 사용할까. 그리고 왜 불편함을 감수하고 대량보급하는 것일까. 제품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아내야 할 사안이다. 제품은 북한이 국산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독 북한만 정규군이 이 탄알집을 대거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북한군 특수부대와 전연군단의 일부 부대가 이 탄알집을 일괄적으로 사용할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헬리컬 탄창이 홍보 행사용인지 실제로 보급돼 사용되는 것인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북한군 특수부대와 전방병력의 상대가 우리 군 장병들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행사용으로 보기에는 보급 속도가 빠르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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