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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찼던 남북 공동입장…펜스·김여정도 현장서 지켜봐

원윤종·황충금 한반도기 입장에

3만5,000석 올림픽스타디움 열광

겨울동화같은 2시간짜리 개막공연

관람객 기립박수 등 찬사 이어져

절정의 한파도 하늘이 돕듯 풀려

올림픽은 선수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가족들의 겨울 대축제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9일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왼쪽부터 컬링 대표팀을 응원하는 한국 어린이 관객, 미국 여자 모굴 스키 대표 재린 카우프의 사진을 들고 경기장을 찾은 미국 팬, 아프리카 역대 최초로 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 출전하는 나이지리아 여자대표팀 모두에게 평창올림픽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줄 무대다. /강릉·평창=AP·연합뉴스




‘남남북녀’ 기수인 원윤종(봅슬레이)과 황충금(아이스하키)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자 3만5,000석의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이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문재인 대통령과 각국 정상,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정상급 인사들, 그리고 각국의 관객들은 기립박수와 따뜻한 손 인사로 12년 만의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을 환영했다. 남북의 올림픽 공동입장은 지난 2000년 시드니 하계, 2004년 아테네 하계, 2006년 토리노 동계 대회에 이은 역대 네 번째. 남북이 92개 참가국 중 맨 마지막에 입장하는 이 장면을 전 세계 3억5,000만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

세 번의 도전 만에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식을 열고 축제의 시작을 전 세계에 선언했다. 이날 개막식의 주제는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한국의 종소리가 세상을 깨웠다. 순백의 공간 위에 등장한 것은 사랑스럽고 씩씩한 다섯 아이. 백호와 함께 뛰놀던 이 아이들은 한국의 역사·문화를 관통하는 다섯 가지 모험 속으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안내했다. 송승환 총감독과 양정웅 총연출이 예고한 대로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 같은 다양하고 신비한 세계가 한편의 겨울동화처럼 펼쳐졌다. 관객들은 때로 숨죽이고 때로는 흥겨운 몸짓으로 공연에 참여하며 3,000여명의 출연진이 수없는 반복 연습을 통해 준비한 2시간을 오롯이 즐겼다.

이번주 들어 한파가 절정에 이르면서 ‘지붕 없는 개막식장’에 대한 우려가 올림픽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날은 하늘이 도운 듯 날씨가 한층 풀렸다. 개막식 진행과 관람에 무리가 없었다. 한낮 기온은 영상까지 올랐고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영하 4~3도 정도가 유지됐다. 추위를 느끼는 관객들은 대회 조직위원회가 입장 때 제공한 핫팩·방석 등 방한 6종 세트와 난방 쉼터 등을 이용했다. 강추위 속에 진행됐던 최근 모의 개막식 때처럼 중간에 자리를 뜨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조직위는 예산을 아끼기 위해 개·폐막식에 700억원만 들였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의 10분의1 수준. 이 때문에 초라한 개막식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첨단 기술로 구현하는 기획을 통해 호평을 받았다. 증강현실(AR)·5G·드론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한국 전통문화의 정신인 조화와 현대문화 특성인 융합을 함께 보여줬다.



남북이 함께하는 장면에는 더욱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남북 태권도 시범단이 개막식 식전공연 무대에 올라 강렬한 기합과 함께 시범을 보이자 외국 관객들도 탄성을 내질렀다. 선수단 공동입장 때는 올림픽 사상 최초의 단일팀인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최고 인기였다. 남북 선수들은 오랜 친구처럼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관람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미소를 보냈다. 지난해 11월1일 그리스에서 도착해 101일간 전국 17개 시도를 거치며 2,018㎞를 달린 성화는 올림픽스타디움 성화대에 무사히 안착했다.

한편 올림픽스타디움 주변에는 메달 플라자와 라이브사이트, 공식 기념품 판매점인 슈퍼스토어가 운영된다. 매일 메달리스트들의 시상식을 볼 수 있고 경기 중계를 보며 단체 응원도 가능하다. 올림픽 파트너인 삼성·코카콜라·현대·한전의 홍보관도 운영된다.

/평창=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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