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로 출력한 이미지나 포스터는 ‘제품’이지만 작가의 확인 서명이 있고 에디션(복제량)이 제한되는 판화는 엄연한 ‘작품’이다.
서울옥션(063170)이 미술 대중화를 표방해 만든 판화전문 브랜드 ‘프린트베이커리’가 움직이는 조각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1898~1976)와 조각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판화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28일부터 서울 삼청점과 한남점을 비롯해 부산 센텀시티몰과 고양 하남 스타필드, 경기 신세계 백화점까지 6개 전 매장에서 전시가 시작된다.
이번 출품작은 세계적인 현대미술품 컬렉션으로 유명한 프랑스 매그 재단이 소장한 석판화들이다. 작가의 친필사인과 넘버링(에디션 순서)이 적혀있다. 작품은 작가의 생전 손맛과 순간적 영감이 담긴 데생·드로잉이 주를 이룬다.
모빌을 만든 키네틱아트(Kinetic Art)의 선구자 칼더는 공학 전공자 출신의 조각가로 미술계의 혁신을 불러온 작가 중 하나다. 1920~30년대 파리 시절에 후안 미로의 유기적인 형태, 피에트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형태, 한스 아르프의 유기적 추상조각에 영향을 받았다. 실제 ‘모빌’은 이 모두를 구현했고 작품을 본 마르셀 뒤샹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아 모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1960~70년대의 물오른 드로잉 등 주요 작품 24점이 나온다.
자코메티는 전후(戰後) 인류의 근원적 불안과 허무를 길고 깡마른 형태의 인간 군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위스 출신으로 인간의 가볍고 위태로운 실존, 고독과 불안을 고민한 끝에 불필요한 껍데기를 모두 덜어내고 순수한 본질의 알맹이만 남긴 것이 그대로 작품이 됐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 12점은 그가 죽기 일년 전 제작한 것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작업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자코메티는 ‘걷는 사람’은 해외 경매에서 최고가 1,500억원 대에 낙찰됐으며 칼더의 작품도 수백억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칼더의 모빌 조각이 약 38억원(2015년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 자코메티의 조각이 13억4,000만원(2013년3월 서울옥션)에 낙찰된 적 있다. 조각뿐 아니라 판화와 드로잉도 가치가 높아 칼더의 에디션 작품은 약 9,000만원, 자코메티의 연필드로잉은 약 7,500만원에 해외 경매에서 팔린 기록이 있다.
서울옥션 측은 “친숙한 유명작가의 작품을 판화로 직접 소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국내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작들이라 더 의미있다”고 소개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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