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가 홍수연이 갤러리기와(KIWA)의 런던 개관전을 통해 영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홍수연의 개인전 ‘인 더 플로우(In the Flow)’는 지난 2월20일 갤러리기와의 개관전을 겸해 막을 올려 4월 19일까지 열린다.
갤러리기와는 2011년 ‘갤러리마크’로 개관한 후, 해외 진출을 계획하며 한국성을 드러내는 ‘기와’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걸었다. 전시장이 위치한 곳은 런던에서도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꼽히는 메이페어(Mayfair)의 앨버말 스트리트(Albemarle Street). 인근에 왕립미술아카데미를 비롯해 페이스,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큐브 등 블루칩 갤러리들이 포진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해외 갤러리의 한국 상륙이 적극적인 가운데, 국내도 갤러리 현대·가나아트 등 대형 화랑이 해외 거점을 마련하고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KIAF)가 미국 중서부 최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엑스포 시카고 2025’에 참가하는 등 K아트의 확산이 활발한 상황에서 갤러리 기와는 유럽 미술시장의 요지인 런던 중심부로 직격했다. 한국 갤러리의 영국 진출과 관심도 높아진 아시아 여성 작가의 개인전이 맞물린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공간 개관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이 유럽 미술 생태계로 적극 진입하려는 시도로서 기대를 모은다. 글로벌 미술 플랫폼 아트시(ARTSY)는 갤러리 기와의 런던 개관 기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경쟁이 치열한 예술 구역 중 하나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중대한 확장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현지 예술 전문매체 ‘아트 앤 컬렉션(Arts & Collections)’은 “기와의 메이페어 진출은 한국 작가들의 국제적 영향력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할 뿐 아니라, 런던이 아시아 현대미술에 점점 더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홍수연은 붓으로 그리는 대신 캔버스를 기울이며 물감을 흐르게 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색 사용은 극도로 제한해 긴장감과 밀도를 끌어 올린다. 홍 작가의 작품은 스며드는 부드러움과 파고드는 긴장감, 의도와 우연, 형태과 무형 사이의 미묘한 공존의 화면을 이루며, 마치 유리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처럼 아슬아슬한 물성의 경계를 시각화한다.
지난 2022년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씨 개인전에서는 ‘아직 형상이 되지 않은 형태’로서 인식 이전의 상태를 탐색하는 시도를 보여줬다. 반복과 우연, 물감의 흐름과 중첩을 통해 전개 중인 그의 회화적 탐색을 이번 런던 개인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작들에 대해 “각 회화마다 삼차원의 세계를 구현하려는 시도를 통해 넘치는 자유로움과 황홀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다”면서 “서로 대립하는 두 개념은 극단의 어딘가에서 맞닿거나, 본능적으로 균형을 찾아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천창진 갤러리기와 대표는 “홍수연 작가의 깊이 있는 회화 세계를 런던에서 처음 소개하게 돼 기쁘다”면서 “꾸준히 기획전을 열어 한국 작가와 작품의 다층적 스펙트럼을 유럽 미술계에 선보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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