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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겠다고 안전하게 살 권리까지 침해하나" 주민들 술렁

■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긴장감 커지는 재건축 단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안전한 환경에서 살 권리까지 침해하는 무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동1단지 주민)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서울에 공급되는 주택물량도 줄어들어 집값이 더 뛸 텐데 왜 자꾸 재건축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 내놓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강남구 A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

지진·화재 취약한 목동 등

“사업 속도 늦어지나” 발동동

주거환경 평가 비중 낮아져

주차난 심한 단지도 노심초사



정부가 재건축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안전진단 기준이 높아지면 재건축 가능 등급을 받는 게 전보다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고 재건축 사업 속도도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부 단지들은 격앙된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발표 이후 가장 크게 술렁이고 있는 곳은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다. 목동신시가지1~14단지 모두 올 들어 현행 재건축 허용 기준인 준공 30년 연한을 채워 최근 들어 안전진단 추진을 발 빠르게 진행해왔다. 8단지는 이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재건축 추진과 안전진단 실시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고 주요 단지는 빠른 안전진단 추진을 위한 재건축준비카페와 단체 대화방 등을 개설해 조속한 안전진단 및 통과를 위해 뭉쳐왔다. 하지만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침이 발표되면서 혹시나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염려하고 있다.



목동1단지의 한 주민은 “목동 아파트는 내진설계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지어져 지진 피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고 소방차 진입도 어려워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며 “하루빨리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을 진행해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기준을 강화한다고 하니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목동 아파트 주민들은 이번에 바뀐 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평가항목별 가중치 조정안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까지 상향 조정하고 지하주차장 유무 등 주거환경을 평가하는 비중은 40%에서 15%로 낮췄다. 목동 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주차장 부족인데 안전진단 평가에서 주거환경 비중이 낮아지면 재건축 가능 등급을 받기가 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목동신시가지11단지 주민은 “11단지는 1,595세대지만 주차 가능 공간은 646대에 불과해 연중 주야 2중·3중 주차가 일상화돼 있고 이로 인해 주민 간 잦은 다툼이 일어난다”며 “그런데 평가항목에서 주거환경 비중이 줄어든다고 하니 자칫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워질까 불안하다”고 밝혔다.

목동뿐만 아니라 안전진단 신청을 준비 중이던 다른 단지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5월 송파구청에 안전진단을 신청할 예정이었던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올림픽선수촌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올림픽선수촌도 조립식으로 지어져 지진 위험에 노출돼 있어 빠른 재건축이 필요한데 정부가 통과 기준을 강화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울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재건축을 통한 공급을 위축시키면 더 가격이 오를 텐데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준비를 잘해서 안전진단을 신청하는 방법밖에 없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안전진단 기준 강화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시세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목동12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다고 해서 재건축 사업이 당장 스톱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재건축 사업 추진에 어느 정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는 있어 매수세가 이전보다 덜 유입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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