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열리는 미국 방위산업회담에 중국 불편한 심기

대만과 미국의 방위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미국-대만 방위산업콘퍼런스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돼 매년 열렸지만 그 동안에는 미국에서만 개최됐다. SCMP는 대만과 미국이 중국의 견제를 의식해 대만에서 방위산업회담을 여는 것을 꺼려왔지만 올해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과 미국에서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차례 씩 두 번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신문은 대만의 전문가를 인용해 대만과 미국이 지난해에 방위산업 콘퍼런스를 1년에 두 번씩 번갈아 개최하기로 지난해 합의했다며 상반기 대만에서 열리는 콘퍼런스는 기술 교류를, 하반기 미국 콘퍼런스는 무기 거래와 방위산업 협력을 주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중국문화대학의 왕쿵이 교수는 “미국 방위산업체와 관련자들은 초청해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는 독자적인 방위산업 육성을 원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안보 정책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미국이 지난해 대만에 14억 달러( 1조5,000억원)어치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약속했는데 대만에서 열리는 방위산업회담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국방수권법, 대만여행법 등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여러 안보 현안 문제를 앞두고 이번 대만 미국 방위산업회담 개최가 중국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미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만과의 군사 교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018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미 의회가 지난해 11월 통과시킨 이 법안은 미국 군함이 대만 가오슝 항을 방문하고, 대만 군함도 미국 영토인 하와이와 괌에 정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달에는 미국과 대만 공무원의 상호 교류를 허용하는 내용의 대만여행법안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중국의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대만여행법에 의한 대만과 미국의 고위급 교류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