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북특사를 파견하기로 함에 따라 ‘누가 언제 가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패럴림픽이 열리는 오는 9일을 전후해 대북특사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공식 라인보다는 공식 라인에서 파견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정부 내 대북 공식 라인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통일부로 볼 수 있다.
특사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과 대화를 해본 사람이 해보는 것”이라며 “대충 후보군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서훈 국정원장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조명균 통일부 장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사 후보군 중 서 원장은 ‘대북 대화를 해본 사람’이라는 요건에 부합할 뿐 아니라 북미관계를 중재해줄 고위급 채널 역할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 원장은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개최 당시 실무책임자로 참여했고 남북총리급 회담 대표로도 참여하는 등 풍부한 대북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서 원장은 각각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정원 3차장으로 손발을 맞췄다.
1980년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에 들어간 서 원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국정원 대북전략실장, 국정원 3차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특사로 방남했을 때 막판에 취소됐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북미대화 이면에는 서 원장의 대미·대북 물밑 조율이 있었다. 조 장관은 평창동계올림픽 동안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과 두 차례 식사를 같이하며 대화 채널을 구축했다.
대북특사를 통해 북미 간 대화를 개통시키기 위한 비핵화 원칙과 방식에 대한 협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북미접촉을 중재하는 차원에서 북미대화 조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전달하는 게 핵심”이라며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군사회담·남북정상회담·문화교류 등 좀 더 구체적인 안건들이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미훈련의 경우 4월 초에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경우 훈련 규모는 축소하지 않고 훈련기간을 단축해 북한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사 방북 결과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유하기로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비친다면 북미대화·남북정상회담 등이 연쇄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대북특사 파견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북미대화가 힘을 잃으면서 남북정상회담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한미정상 통화 직후 성명을 내고 “북한과의 어떠한 대화도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분명하고 확고한 목표로 삼아 이뤄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에 대해 언급했다”며 ‘비핵화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따라서 대북특사를 통해서도 북미대화의 입구가 열리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이 조기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과의 담판을 통해 북미대화로 북한을 이끌겠다는 ‘플랜B’로 볼 수 있다. 이는 북미대화가 남북정상회담의 충분조건이기는 하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청와대 일각의 기류와도 맞물린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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