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지난 2016년 기준 미국(63.3달러)의 절반 수준인 33.1달러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7.1달러에도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OECD 35개국 중 27위다. 문 대통령이 생산성 제고 방침을 언급함에 따라 정부 부처도 관련 대책 마련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현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정책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기업 부담이 증가하고 노동자 임금이 감소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임금체계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노동단체에 편향되지 않고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 정부는 친노동자일 뿐 아니라 친기업 정부이기도 하다”며 “우선 사주보다 열위에 있는 노동자들의 근로환경과 복지를 개선하는 것을 우선시한 점은 맞지만 이와 더불어 노동시장 개혁도 함께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먼저 근로자들에게 임금과 복지 향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노사 상생경영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노동개혁을 함께 추진하더라도 노동계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노동생산성 향상 정책은 근로자들의 해고요건을 쉽게 했던 전 정부와 다른 방향에서 모색될 것이라는 게 정책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노동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는 것은 현행 일자리주도 성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고용도 안정 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곳곳에서 상생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보건·운송 등 업종의 경우에도 과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타결됨에 따라 경제계의 우려가 쏟아진 바 있다. 한국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주요국 중 바닥인 상황에서 일방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경쟁력만 떨어뜨리고 결국 노동자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들이 연간 12조 1,0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고, 특히 종업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부담이 8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생산성을 높이고 근로시간의 절대량이 아니라 산출량에 따라 보상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는데 문 대통령도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근로시간 단축 입법을 꼭 가야 할 방향으로 평가했다. 그는 “OECD 최장 노동시간과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으로 나아가는 대전환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며 “과거 주 40시간 노동제를 시행할 때도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주5일 근무 정착으로 우리 경제와 삶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인원이 100만명이 됐다”며 “신청 인원이 빠르게 늘고 있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100만여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질적 혜택을 받게 됐다는 것만 해도 작지 않은 성과”라며 “노동자들의 4대 보험 가입이 늘어나면 그만큼 사회안전망이 강화되는 효과도 생기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고용도 안정 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곳곳에서 상생의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국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확대하고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긍정적인 면을 집중 부각해 반발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도미노 물가 인상, 임시일용직 고용만 급증하는 현실 등은 언급하지 않아 한계로 지적된다. /민병권·이태규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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