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3월 12일 미국 알래스카 북단의 프루도베이에서 한 줄기 불길이 치솟았다.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과 아르코가 유전 시추공을 뚫던 중 뿜어져나온 천연가스가 공기에 닿으면서 불이 붙은 것이다. 북미 지역 최대 유전이 발견된 순간이었다. 두 회사는 영국 석유회사 BP와도 손잡고 1977년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 원유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밸디즈항으로 수송돼 유조선에 실렸다. 남은 과제는 원유와 함께 묻힌 천연가스의 판매였다. 이를 위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가스 생산·가공·수송용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재 이 프로젝트의 사업비용은 450억~650억 달러로 추산된다. 불순물 제거용 가스처리시설과 LNG 변환용 액화처리시설, 약 1290㎞ 길이의 수송 파이프라인 건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80년 ‘알래스카 천연가스 운송법’, 2004년 ‘알래스카 가스라인 촉진법’까지 만들어 뒷받침했지만 사업은 높은 투자비용 탓에 답보했다. 2014년에는 또 다른 에너지 기업 코노코필립스·트랜스캐나다도 합류했으나 국제 가스 가격 급락 여파로 사업에서 발을 뺐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일본·한국과 다른 나라들이 각자 수조 달러의 투자를 통해 우리의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프루도베이 광구에 묻힌 천연가스의 양은 최대 46조 입방피트(열량 단위로 477억 MMBtu)로 추정된다. 4일 미국 헨리허브 시세 기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1MMBtu당 3.45달러이므로 이 사업의 경제적 가치는 대략 1646억 달러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다만 시세 변동으로 경제성은 달라질 수 있다. 자원 빈국인 우리는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 한미 간 윈윈의 경제안보 협력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투자 전략은 국제 시세 전망 등을 정교하게 분석해 치밀하게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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