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100일도 채 남지 않은 6·13지방선거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지율 고공행진 속에 대형 악재를 만난 여당은 안 전 지사를 즉각 출당·제명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내부에서는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야권은 진보 진영의 도덕적 모순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등 대여 공세의 고삐를 조이며 전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의 성추문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은 6일 오전 예정된 공식회의 일정을 전격 취소한 채 원내 지도부가 모여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아울러 전날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안 전 지사에 대한 출당과 제명 조치를 결정한 데 이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여성을 비하하는 댓글을 달아 물의를 빚은 부산시의원 예비후보도 이날 즉각 제명했다. 민주당은 당내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를 위원회로 격상하는 동시에 정치권 전반의 성폭력 문제를 조사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당의 즉각적인 대응에도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은 지방선거로 점차 불똥이 옮겨붙고 있다.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안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며 도지사 예비후보로서의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충남지사에 도전하는 여당 내 다른 후보들도 저마다 ‘포스트 안희정’을 자처해온 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야당의 공세로 이번 파문이 장기화될 경우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광역단체장 9석 이상을 목표로 했던 지방선거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야권은 “좌파 진영의 총체적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총공세를 퍼부으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지금 여권에는 ‘미투’ 당사자와 부역자가 판을 친다. 자기만 고결한 듯 도덕을 휘두른 진보의 이중성에 소름이 돋는다”며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을 더욱 치열하게 따질 것”이라고 선전포고했다. 또 여성 비하로 논란이 됐던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까지 거론하며 청와대로 전선을 확대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보수 진영에서도 미투 폭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여 공세에 치중하기보다는 내부 단속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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