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가 2시간 가량의 업무 보고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해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3시간 24분간 연설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시 주석이 1인 지배체제를 다지는 반면 리 총리의 힘이 빠지는 현실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2013년 현재의 중국 최고 지도부가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시 주석과 리 총리는 ‘쌍두마차’로 불리며 권력을 분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5일 전인대에서 리 총리는 지난해 정책 성과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 국내·외 주요 관심사를 직접 소개했다. 올해는 특히 지난해보다 중문 기준으로 업무보고가 4장이 늘어난 36장으로, 시 주석의 집권 시기 중 역대 최대 분량에 달해 리 총리의 고충이 더 컸다. 리 총리는 전인대 개막 선언 후 국가 제창이 끝나자마자 연단에 올랐다. 오전 9시3분부터 업무보고를 시작한 리 총리는 업무보고 중간중간 호흡을 가다듬으며, 큰 실수 없이 업무보고를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업무보고 중반이 넘어서면서 미리 준비한 손수건을 이용해 이마의 땀을 닦는 등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업무보고 중 터져 나오는 전인대 대표단의 박수도 리 총리를 뜻하지 않게 괴롭히는 원인이 됐다. 올해 업무보고에서는 총 60차례 박수가 터져 나와 역대 최다 회수를 기록했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를 마칠 때까지 약 1시간 50분 동안 서 있었다.
이는 시 주석이 지난해 19차 당대회 개막식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3시간 24분간 연설한 것과 대비된다. 시 주석은 총 68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자세 한 번 흐트러뜨리지 않고 막힘 없이 읽어 내려갔다. 당시 시 주석의 기나긴 연설이 끝나자 후진타오 전 주석이 웃으면서 시계를 가리키며 마치 ‘너무 오래했다’ 식으로 시 주석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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