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총 5억5,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병헌(60·사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 전 수석의 변호인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르거나, 법적 평가를 (검찰 주장처럼)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소사실 일부는 사실관계 자체가 맞지 않으며, 나머지는 사실관계는 맞지만 범죄는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변호인은 다만 기록 검토가 덜 된 만큼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다음 재판 기일에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를 비롯한 다른 피고인 측은 다음 재판에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3일과 27일 두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전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시절 롯데홈쇼핑, GS홈쇼핑(028150), KT(030200)에 각각 3억원, 1억5,000만원, 1억원 등 총 5억5,000만원을 e스포츠협회에 기부하거나 후원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e스포츠협회는 전 전 수석이 회장과 명예회장을 지내면서 사실상 사유화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단체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기부·후원에 대한 대가로 롯데홈쇼핑 방송 재승인에 관한 문제 제기를 중단해달라거나 GS홈쇼핑 대표를 국회 국정감사 증인에서 빼달라는 등 의정 활동을 청탁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전 전 수석은 또 롯데홈쇼핑에서 500만원어치의 은행 기프트카드를 받고, 가족과 본인이 롯데그룹 계열 제주도 리조트에서 680만원 짜리 공짜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와 함께 지난 2014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때 e스포츠 방송 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00만원을 받고, e스포츠협회 예산 1억5,000만원을 의원실 직원 급여나 개인 해외 출장비 등으로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7월28일에는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 고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협회가 주관하는 PC방 지원 사업에 20억원의 신규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한 혐의(직권남용)도 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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