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완구·패션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오프라인 매장의 폐쇄가 잇따르고 있어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는 온·오프라인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이 덩치를 불리며 나타난 파급효과로 풀이된다.
10일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북미 최대 완구류 유통체인인 토이저러스는 최근 미국 전체 사업을 청산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소식통은 일부 채권자들이 토이저러스가 계속해서 사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토이저러스는 미국 전역에 있는 800개 매장을 폐쇄하고, 파산 절차에 따른 구조조정 작업도 중단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은 이르면 오는 12일 리치먼드 법원에서 열리는 파산 공청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토이저러스는 부채가 50억 달러(5조3,000억원)까지 급증하자 지난해 9월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토이저러스는 지난 1월 채무조정 목적으로 미국 전체 매장의 20%에 달하는 184개 매장의 문을 닫기로 했지만 최근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전체 매장 폐쇄를 결정했다. 토이저러스의 몰락에 해즈브로·마텔 등 경쟁사들도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미국 최대 가전제품 소매 체인 베스트바이도 미국 전역의 모바일 전용매장 250곳을 오는 5월 말까지 폐쇄한다. 버라이즌·AT&T 등 이동통신사는 물론 애플 매장 등과의 오프라인 경쟁에서 밀리면서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허버트 졸리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휴대전화 사업은 이미 성숙해져서 마진이 압축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 독립형 매장의 운영비용은 대형 매장보다 높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년 전 아이폰이 출시되기 직전에 처음 등장한 모바일 전용매장은 한때 베스트바이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지금은 전체 미국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에 불과하다”며 이번 결정이 내려진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 시어스도 예외는 아니다. ‘시어스 홀딩스’는 올해 초 132년 전통의 시어스 백화점 매장 39곳과 K마트 매장 64곳 등 103개 매장을 오는 3월 초부터 4월 초 사이 폐점한다고 발표했다. 시어스 홀딩스는 “수익성 없는 매장은 앞으로도 계속 문 닫아갈 방침”이라며 “고객 요구에 맞춰 실제 매장과 전자상거래 공간을 꾸려가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또다른 유명 백화점 메이시스도 지난해 전체 점포의 15%에 해당하는 100여 개 매장문을 닫은 데 이어 올 상반기 중 매출 실적이 부진한 11개 매장을 추가 폐쇄할 방침이다.
이처럼 영역을 가리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 폐쇄가 줄을 잇는 것은 아마존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마존을 견제하기 위해 월마트 등도 온라인 부문 투자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CNN방송은 “시어스가 2006년까지만 해도 미국내 3,000여 개, 캐나다에 수백 개 매장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업체가 등장하면서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고 분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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