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이자 조선 초기 제일의 서예가로 꼽히는 안평대군 이용이 쓴 ‘안평대군행초서십폭병풍’을 비롯해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세종대왕 시기의 보물급 고문헌 160여점이 국립중앙도서관을 통해 공개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올 1월 고문헌 연구가인 동혼재(東昏齋) 석한남(石韓男) 선생이 소장해 온 고문헌 133종 168점을 기탁 받았다고 12일 밝혔다.
이 중 가장 주목할만한 고문헌은 ‘안평대군행초서십폭병풍’으로 이용(1418~1453)이 30세(而立)가 되기 전인 1446년에 쓴 작품으로 중국의 유명한 학자인 주자, 소옹 등의 시를 담고 있다. 특히 병풍의 처음과 말미에 정교한 대형 인장을 남긴 점, ‘문을 닫으니 곧 깊은 산이요(閉門卽是深山), 책을 읽는 곳마다 정토세상이네(讀書隨處淨土)’라는 인장의 문구 등으로 안평대군의 평소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고문헌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집현전 학자인 최항(1409~1474)의 ‘불설무량수경’도 최초로 공개된다. 이 책은 세조가 사망하고, 그다음 해인 1469년(예종 1년) 봄에 임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쓴 것이다. 이외에도 조선전기 학자로 활동한 조말손(생몰년 미상)의 소장인이 찍혀있는 초주갑인자본(1434년 조선에서 세 번째로 만든 금속활자) ‘사기’ 등 15세기 희귀 고문헌이 다수 포함됐다.
동혼재 장서의 특징은 소장인(所藏印)이 분명한 고문헌이라는 점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선 동래부사 송상현의 ‘허백당유집’을 비롯해서 김수항, 권상하, 한원진, 남구만, 이집, 박문수, 김정희 등 조선시대 학자들의 소장인이 찍힌 고문헌이 다수 포함돼, 선조들의 인장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석 선생은 한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자료를 수집했고 2008년부터는 국민대학교, 예술의전당, 추사박물관, 단재 신채호 기념회 등에서 자문했다. 또 후학 양성을 위해 유교경전을 비롯한 옛 글씨와 그림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으며 ‘명문가의 문장’ ‘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 등을 출판했다.
이번에 기탁한 자료는 10월 2일~11월 25일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