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카스트로 시대’가 59년 만에 막을 내린다. 미겔 디아스카넬(58)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이 차기 국가평의회 의장직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그가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쿠바를 구해낼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약 800만명의 쿠바국민이 이날 시의회 등의 추천을 거쳐 사전 지명된 전국인민권력회의 예비 후보 605명을 인준했다고 보도했다. 예비 후보자 중 548명은 공산당원이며 나머지는 공산당 등 국가위원회가 사전에 검증을 마친 인사들이다.
이번 절차는 한 달 뒤 국가평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작업의 사전 단계다. 전국인민권력회는 오는 4월19일 첫 회기에서 국가평의회 의원 31명과 국가평의회 의원 중 대통령직을 겸하는 국가평의회 의장을 각각 선출한다.
앞서 라울 카스트로(87) 의장은 다음달 19일 퇴임한다고 발표했다. 카스트로가 의장 자리를 물려주면 1959년 쿠바혁명 이래 이어진 피델-라울 카스트로 형제의 집권이 끝난다. 라울 카스트로는 함께 혁명을 일으킨 형 피델에 이어 2008년부터 국가평의회를 이끌어왔다. 쿠바 외무부는 트위터에서 “차기 국가평의회 의장의 이름이 ‘카스트로’는 아니겠지만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혁명의 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용주의 성향을 지닌 디아스카넬은 1959년 쿠바혁명 이후 태어났다. 33세 때인 1993년 공산당에 가입한 카넬은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을 역임하고 2013년 국가평의회 부의장에 임명됐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어 카스트로 후임자의 앞날이 가시밭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카스트로가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산당 서기직을 2021년까지 유지할 것으로 보여 디아스카넬의 정치적 영향력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쿠바 공산당 정부가 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경제난에 허덕이는 쿠바를 후임자에게 물려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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