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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에 무너진 자원공기업, 전문성 갖춘 사외이사 뽑아야

자원개발 신뢰회복 어떻게

수천억 쏟아붓는 대형투자사업도

정치권·靑 의중에 휘둘리기 일쑤

자원개발은 해외네트워크가 중요

민간 전문가 대대적 육성도 필요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15년 멕시코 볼레오 동광(銅鑛)에서 전기동 생산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볼레오 동광 개발 현장. /사진제공=광물자원공사




지난 2009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아프리카 니제르의 이무라렝 우라늄 사업에 2,885억원을 투자했다. 2013년 생산을 시작해 연평균 700톤의 우라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전은 2009년 12월 투자와 관련한 이사회를 열었다. 일부 이사가 우라늄 가격 하락을 걱정하기는 했지만 누구도 적극적인 반대를 하지 않았다. 이후 수년간 국내로 들여온 우라늄은 하나도 없었고 결국 2016년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라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기업의 최종 의결기구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해외투자 사업을 할 때는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이사회는 투자 사업의 적정성을 따지고 향후 손실 가능성을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국내 자원공기업들은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 ‘낙하산’ 사외이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문성 없는 이들이 이사직을 맡다 보니 수천억원을 쏟아붓는 사업에도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의 한 관계자는 13일 “자원개발 공기업의 사외이사는 거의 낙하산”이라며 “투자 전문가나 지질 전문가 같은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반드시 임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낙하산 사외이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물공사의 경우 해당 분야 박사, 민간기업 해외자원개발 업무 담당, 해당 공사 30년 이상 근무자 등이 상임감사 채용에 응모했지만 결국 뽑힌 3명은 여당 선거대책위원회 경력 등 정치권 인사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원공기업들은 이사회의 판단보다 정치권이나 청와대의 의중에 휘둘렸다. 자원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 이사회가) 자원개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했고 투명한 사업 절차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투자심사 과정에서 전문가의 판단이 배제된 채 정치권의 입김에 사업이 좌지우지됐다는 뜻이다. 19대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해외자원개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정황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 선출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민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뜩이나 부실한 해외자원개발 토양이 최근 자원공기업 구조조정으로 아예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2012년 3,000명에 육박하던 해외 자회사 직원이 2016년 2,200명선으로 줄어들었다. 오는 2022년에는 1,500명까지 감소한다. 에너지 업계 고위관계자는 “자원개발은 해외 네트워크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력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필수 인적 자산을 유지하면서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민간 전문가를 대대적으로 육성하기 전까지는 자원공기업의 역할이 유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석유자원의 80% 이상은 산유국 정부와 각국의 석유공사가 소유할 정도로 자원개발의 진입장벽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독자 자원개발 능력이 충분하지 않는 국내 민간기업에만 자원개발 기능을 맡기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개발 업체의 공기업 의존도가 높다. 실제 박근혜 정부 들어 해외자원개발이 축소되자 해외자원개발 협회 회원 수도 2011년 73개에서 지난해 50개로 줄었다. 정부 지원 없이는 민간기업이 홀로서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석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민간기업은 정유나 도시가스·건설업 등에서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는 차원의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자원개발 전문업체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민간으로의 기술이전과 인력교육, 자원개발 정보 공유 등부터 천천히 해야 한다. 섣불리 민간기업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자원안보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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