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수사와 적절한 예우를 모두 고려한 방식이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과 같은 거물급 인사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부르지 않고 직업을 붙여 부르는 것은 상대에게 협조를 구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검찰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할 때도 ‘대통령님’이나 ‘대통령께서’ 등의 호칭을 사용하고 신문조서에만 피의자로 기재한 바 있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조사 당시에는 ‘전 대통령’,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출석 때는 ‘대통령께서’ 등의 호칭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10층 조사실로 향한 이 전 대통령은 별도로 마련된 금색 귀빈용 승강기가 아닌 일반 승강기를 이용했다. 조사 전 실무책임자인 차장검사와 면담한 것도 지난해 3월21일 소환 조사를 받은 박 전 대통령과 같았다. 다만 박 전 대통령 때는 조사실 옆 휴게실에서 면담을 했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넓은 특수1부장실에서 면담이 이뤄졌다.
검찰은 청와대 경호처와 협의해 혹시 모를 건강 문제에 대비, 구급 차량과 응급구조사를 청사 내에 대기시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조사 때는 일반 형사사건 등 통상업무까지 전부 통제했지만 이날은 통상업무를 중단하지 않았다.
3시간25분가량의 오전 조사를 마친 이 전 대통령의 점심 메뉴는 외부 식당에서 마련해온 설렁탕이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오후6시50분께 인근 식당에서 주문한 곰탕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김밥·샌드위치·유부초밥이 조금씩 든 도시락과 프랜차이즈업체 죽으로 점심과 저녁을 챙긴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소화가 잘돼야 하는 점 등을 메뉴 선정 때 미리 반영했다”며 “원활한 수사를 위해 식비는 검찰에서 제공했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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