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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웃음의 철학] 나는 철학자다, 고로 웃지 않는다?

■만프레트 가이어 지음, 글항아리 펴냄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물질에 대해 고심한 ‘위대한’ 철학자 탈레스(기원전 624~545년)가 밤하늘의 별을 보며 걷다가 웅덩이에 빠졌다. 이를 본 젊은 노예 하녀가 깔깔 웃었다. 이 일화는 진지한 철학을 이해 못하는 무지한 사람들의 투박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수천 년 통용되고 있다.

왜 웃으면 안될까? 이데아의 형이상학만 보며 걷다가 제 발 딛는 길 위에 놓인 패인 곳조차 못 본 철학자를 보고도 절대 웃어서는 안된다는 말인가. 독일의 독문학자이자 저술가인 저자가 ‘웃음’을 주제어로 서양철학사를 되짚었다. 언제 무슨 이유로 철학에서 웃음이 배척됐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 속에 살아남은 웃음이 어떤 방식으로 전해졌는지를 뒤졌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에서 웃음을 추방한 이는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형용사 ‘우스운’을 ‘우스꽝스러운’으로 격하시킨 다음 자신이 설계한 이데아의 서열에서 가장 낮은 단계에 뒀다. 그는 웃음을 도덕적 진지함과 인식론적 엄격함의 훼방꾼쯤으로 여겼다. 실제로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서는 웃음이 금지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국가론’에는 웃음에 대한 욕구의 해로움을 비판하며 깊이 생각하는 진지함을 주문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서양 철학 속 ‘웃음의 계보’를 보여주는 이 책은 종종 플라톤의 적대자로도 묘사된 데모크리토스를 시작으로 ‘웃는 철학자’를 논한다. 일찍이 ‘원자’에 대해 사유한 데모크리토스는 ‘명랑한 태연함’으로 세상에 맞섰다. 그의 웃음은 울음의 동기까지 아우르고 있었으며 웃고 있는 눈에 맺힌 한 방울의 눈물까지 포착하는 인간적 섬세함을 품고 있었다. 재미도 활기도 없었다고 알려진 칸트는 “웃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은 웃으면서 드는 생각이 아니라, 웃음에 의한 내적인 운동이다”라고 했다. 프로이트 또한 웃기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위트의 철학’을 발전시켜 웃음의 쾌락을 더듬었다. 이들과 함께 키에르케고르, 카를 발렌틴 등의 웃음 철학이 소개됐다.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모범적으로 ‘웃기려’ 애썼지만 책 자체는 웃을 대목이 별로 없다. 웃음의 철학이 웃음을 유발하지 못한다는 지점에서 쓴웃음이 날 뿐.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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