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의 지방도시도 수도뿐 아니라 해외 주요 도시들과 경쟁해 기업과 자본을 유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규제제도와 재정사업을 지역별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강화해줘야 합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방분권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자체들이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차별화된 제도환경을 디자인하려고 해도 중앙정부나 국회가 정한 제도와 예산에 획일적으로 묶여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것은 이 같은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이해된다. 지자체를 ‘지방정부’로 규정하고 그에 걸맞도록 지방행정부와 의회에 관한 내용을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자치권한을 늘리는 내용이다. 특히 지방정부의 입법권에 한층 힘이 실린다. 현행 헌법하에서는 지자체가 조례 등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려고 해도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개헌안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라면 조례 제정이 가능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대신 자치에 관한 규정이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를 하는 내용이라면 법률로 위임하도록 함으로써 자칫 주민의 기본권 등이 조례 등으로 제약되는 상황을 차단했다. 자치재정권과 관련해서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세조례주의가 도입되고 재정조정제도가 신설된다.
이 같은 내용을 지자체가 적극 활용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세원 확충을 하려고 조례를 통해 과도하게 지방세를 신설하거나 증세할 소지가 있다. 조례를 남용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재원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도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적자에 빠진 곳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헌안에는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심각하면 재정조정제도를 통해 중앙정부가 국세로 마련된 재원을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반영됐다. 이 같은 재원 배분은 중앙정부 등이 위임한 사무로 인해 발생한 재정적 문제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한편 이번 개헌안에는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제도를 헌법에 규정해 지방분권에도 직접민주주의 정신을 가미했다. 또 지자체 단체장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제2 국무회의인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하는 내용도 담아 향후 입법 시 지방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배려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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