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에 따르면 최근 중국군 북부의 한 기갑부대가 시 주석의 발언을 모은 소책자 ‘시 주석 어록’을 일선 장교와 병사들의 학습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진한 분홍색 표지에 시 주석의 흉상이 금박으로 새겨졌다. 113쪽짜리 소책자에 중국몽, 강군 비전, 군중노선, 반부패 청렴, 근검절약, 자아비판 등 그동안 시 주석이 강조해온 내용들이 수록돼 있다. 어록집을 편찬한 곳은 ‘보병 제204여단 포병연대 정치처’다. 이번에 등장한 ‘시 주석 어록’은 중국 관영매체에는 출간 소식이 소개되지 않아 중국군의 공식 편찬작업을 거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다른 형태의 시 주석 선집이 등장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중앙선전부가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 강화 독본’ 증보판을 발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저장공업대 화공학원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진핑 어록’ 소책자를 자체 발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어록집이 등장한 것은 시 주석을 국부 마오쩌둥과 동일시해 1인 절대체제를 강화하려는 공산당 지도부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달 전인대에서 개헌을 통해 1인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시 주석 어록집의 양식은 1960년대 대량으로 출간돼 배포된 ‘마오 주석 어록’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마오의 강연·지시·연설 등을 발췌한 어록은 표지가 빨간색으로 돼 있어 중국에서는 ‘홍보서(紅寶書)’로 통한다. 해외에서는 ‘작은 빨간 책(Little Red Book)’으로 불린다. 마오 주석의 어록도 군에서 처음 발간돼 사용됐다. 당시 중국인 모두가 지녀야 했던 이 어록집은 정부와 민간을 통틀어 총 50억부가 인쇄돼 성경과 함께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서적으로 꼽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시 주석과 왕치산 부주석이 선출됐을 때 즈음 시 주석 어록집 발간 소식이 들려왔다”며 “마오 시대를 답습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을 추앙하는 선전 행태가 실제로는 시진핑 절대권력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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