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은 수백억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뒤 이를 매개로 한국·일본의 반도체 수입을 줄이고 미국 반도체 구매를 확대해달라고 중국에 요구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미국산 페놀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면서 한국·일본 등을 끼워 넣었다. 다만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 구매 확대 요구를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류허 부총리에게 지난주 서한을 보내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구매 확대 등 3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반도체 수입의 일부분을 한국산에서 미국산으로 옮기도록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경고도 말로 그치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한미일과 유럽연합(EU)·태국에서 수입되는 페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의 대미 무역보복 카드로 미국산 콩 등 농산물 수입 관련 외에 미국 단체여행 금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은 일단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부과한 25%의 철강 관세에서 제1호 면제국가가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북미시장 ‘미래 주자’인 픽업트럭의 관세(25%) 철폐 기한을 당초 2021년에서 2041년으로 미뤘다. 대신 주력 수출품인 유정용 강관의 쿼터는 104만톤으로 지난해(203만톤)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뉴욕=손철특파원 베이징=홍병문특파원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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