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을 담당하는 서울고등법원(사진)에서 민사 2심을 1심의 판단이 옳은지만 보는 ‘사후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는 1심 결과가 그만큼 충실해야 된다는 전제가 필요해 당분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지난 26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서울고등법원 재판장 워크숍’에서 토론 발표자로 나선 이원범 부장판사는 “신속한 권리구제와 충실한 심리를 위해 민사항소심을 사후심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민사 항소심이 1심과 마찬가지로 증거조사와 쟁점에 대해 공방을 벌이는 또 한 번의 ‘사실심’으로 운영됨을 재검토하자는 의미다. 항소심이 1심의 2라운드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 부장판사는 “민사항소심을 사후심으로 운영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경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민사 항소심을 사후심으로 운영하기 위해 항소이유서 단계에서부터 쟁점 부각, 증거조사 정도에 따라 사건을 유형별로 분류해 심리방향을 정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또 변론준비절차에서는 변론준비기일 종결에 따른 실권효 제도를 활용하며, 쟁점 정리 단계에서는 1심에서 변론준비기일을 거친 경우 항소심에서 새로운 주장과 항변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새로운 증거를 신청한 경우에도 항소이유서에 없는 증거를 신청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기각하고, 1심에서 조사된 증거 역시 재신청해도 채택하지 않는 방법을 권했다.
판결서 작성 시에도 인용판결을 적절히 활용하고, 법정에서 쟁점이 되는 항소이유 판단을 중심으로 작성해야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항소심을 1심처럼 사실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한정된 소송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그만큼 부실한 1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반박도 있어 이 의견은 당분간 법조계 논의가 더 필요할 전망이다.
한편 워크숍 이날 워크숍 뒤에는 부장판사 회의가 개최돼 전국법관대표회의 대표자가 될 부장판사 2인을 선출했다. 이로써 지난 19일 고법판사 및 배석판사 회의에서 선출된 대표자 2인과 함께 총 4인의 대표자가 확보됐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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