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청와대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단박에 남북·북미 간 얽히고설킨 현안과 갈등을 풀어내는 방안도 염두에 뒀다. 당사국 간 양자협상 방식으로 현안을 ‘원샷’에 풀고 후속 현안들은 다자협상 틀에서 진전시켜나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끼어들면서 원샷 방식이 견제받고 대신 중국 측이 주장해온 점진적 해결 방식으로 대북 협상의 틀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이 발표된 직후 나온 청와대의 반응은 “(북중) 정상 간 대화 내용이 앞으로 있을 남북회담, 북미회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였다. 이는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발언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비핵화에 이르는 방식에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도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수록 더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핵무기를 국내에 두고 국제적으로 공동관리하기보다는 해외로 반출하게 해 확실히 폐기하는 리비아식 해법처럼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를 미국이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과거처럼 ‘행동 대 행동’ 방식 등을 비핵화 협상의 원칙으로 내세우며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이 도발을 멈추겠다는 식의 ‘쌍중단’ 주장 등을 되풀이한다면 북미 간 협상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북한이 중국을 등에 업고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적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려 한다면 최대한의 압박으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이끌어내려는 한미의 구상이 흔들리게 된다. 북한이 한 박자 빠른 타이밍과 매우 과감한 행동으로 한미의 의표를 찌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자칫 한국의 주도로 한반도 문제를 풀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을 저해하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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