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2와 함께 현존하는 최고의 전투기로 불리는 F-35 전투기가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가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미 공군이 치솟는 유지보수비 때문에 당초 1,763대로 책정된 F-35A 도입계획을 33%(590대) 축소한 1,146대만 들여와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미 공군 예산평가처는 향후 10년 동안 미 공군이 유지보수비를 38%나 줄이지 않으면 도입 대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산평가처 소속 전문가들은 4,060억 달러로 추산되는 개발ㆍ제작비가 최종 시험 단계에 들어가면서 안정세를 보이지만 향후 유지보수비는 오름세로 예상되면서 결과적으로 도입 대수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절감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매년 F-35 유지보수비가 38억 달러 가량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 국방부는 공군(F-35A) 외에도 해병대(F-35B)와 해군(F-35C)도 함께 도입하는 합동타격기(JSF)인 F-35를 10년 동안 모두 2,456대를 도입해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F-35기 사업단장인 매트 윈터 중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신규 계약 체결 과정에서 유지보수비 문제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윈터 단장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록히드마틴의 메릴린 휴슨 최고경영자(CEO)가 두 차례나 만나 F-35기 가격 인하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가격은 인하되고 있지만, 인하 속도는 기대치 만큼 빠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F-35 가격 낮추기에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CNB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보잉사의 세인트루이스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데니스 뮬런버그 보잉 CEO에게 “최신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F-18 전투기를 24대 이상 구매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F-18 전투기에 대해 “가장 선호하는 전투기” “예술작품”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우리는 좋은 가격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F-18 전투기 구매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직 스텔스 기능을 갖추지 않은 F-18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런 제안에 뮬런버그 CEO는 “(스텔스 기능이 추가 되지 않았지만)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텔스 기능도 갖추지 않은 F-18을 극찬하며 구매 의사를 밝힌 것은 천문학적 가격을 자랑하는 F-35 전투기 인도를 앞두고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록히드마틴에 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회적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F-18 전투기를 극찬했지만 F-18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을 장착하지 않고 있다. 성능 또한 세계 최강 전투기로 인정받는 F-35 전투기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격 문제 때문에 인도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F-35 전투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F-18 전투기 추가 구매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CNBC는 “보잉 F-18은 F-35의 최신 스텔스 기능을 갖추려면 재설계와 제작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현실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해군의 F-18 전투기가 추락한 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적으로 F-18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16년 말에도 트위터를 통해 “F-35의 엄청난 비용을 고려해 보잉에 F-18 가격을 문의했다”고 밝히며 록히드마틴을 압박한 바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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