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용자 수가 당초 알려졌던 5,000만명보다 훨씬 많은 8,700만명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체 이용자 20억명 중 대다수의 개인 프로필이 악의적으로 수집됐을 가능성을 회사 측이 시인하면서 정보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과 불신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오는 10~11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게는 힘겨운 시간이 예고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4일(현지시간)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관련된 데이터 회사인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미국인 7,100만명을 포함해 8,700만명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 있는 이용자 수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으로 이는 당초 5,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언론의 추정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페이스북은 “애초에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성격 퀴즈앱을 다운로드한 이용자 약 27만명의 친구 권한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합산한 결과 이 수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추후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인했다. 페이스북은 “이들(CA와 해커들)의 활동규모와 정교함을 고려할 때 페이스북 이용자 20억명의 프로필이 악의적으로 수집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억명은 페이스북의 전 세계 월 사용자 수에 해당한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기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우리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넓은 시야를 갖지 않았다. 이는 거대한 실수다. 내 실수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삶은 실수에서 배우고 전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 내 여론은 싸늘하다. 페이스북이 이용자 편의를 위해 지나치게 개인정보 관리에 무심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검색창에 e메일이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사용자의 이름은 물론이고 얼굴 사진, 출신 학교, 직장까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악용하면 이용자 전자 우편 명부를 어둠의 경로로 입수해 개인을 사칭하는 데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악의적 행위자들이 검색도구를 이용해 프로필을 수집했을 수 있다고 시인하면서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 공개 관리 시스템을 일원화했으며 정보유출 방지를 위해 e메일이나 전화번호를 입력해 이용자를 검색하는 기능을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정치적 악용 가능성은 기정사실이 됐다. CA는 사용자 활동 내역 등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선거 등 사용자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이력을 파악해 선거 광고 집행 등에 사용해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부각된 가짜뉴스와 함께 당분간 미국 정치권은 SNS의 정치적 악용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창립 이래 최악의 개인정보 스캔들로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2주간 16%나 급락했으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 정보유출 건이 공개된 후 이용자와 투자자가 사생활 침해와 이용자 계약 위반, 과실, 소비자 사기, 불공정경쟁 등으로 제기한 소송은 최소 18건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저커버그 CEO는 10~11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저커버그 CEO는 10일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 11일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에 각각 출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보유출 가능성이 있는 이용자 수가 많이 늘어남에 따라 저커버그 CEO의 청문회 증언은 더욱 힘겨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의회 역시 저커버그 CEO에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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