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면 그냥 TV로 응원할 걸….’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의 아내 클레어는 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마스터스 1라운드 경기 이후 이런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플리트우드는 타이거 우즈(43·미국)와 같은 조로 경기했다. 클레어는 남편을 응원하러 부지런히 따라다녀 봤지만 경기를 거의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는 “산책 잘했다고 생각하려 한다”고 했다. 같은 조 마크 리슈먼(호주)의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은 온통 3년 만에 마스터스로 돌아온 ‘골프황제’ 우즈를 응원하는 팬들이었다. 우즈 조의 갤러리 대열은 10겹이 넘었다. 우즈가 버디를 잡을 때마다 천둥 같은 박수와 환호가 콧대 높은 오거스타를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
허리 부상으로 지난 2년간 마스터스를 걸렀던 우즈는 이날 건강하게 18홀을 돌았다. 버디 3개를 잡고 보기 4개를 범해 1오버파 73타의 공동 29위. 드라이버 샷 몇 개가 오른쪽으로 갔고 3번 우드 티샷은 왼쪽으로 치우쳤다. 페어웨이를 총 6번, 그린을 7번 놓쳤다. 퍼트(28개)가 살렸다.
우즈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스코어에 적힌 것보다 실제 플레이는 더 좋았다”고 했다. “파5 홀에서 타수를 전혀 줄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어쨌든 이렇게 돌아온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4개월 전만 해도 우즈는 마스터스 출전 자체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돌아온 우즈는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12위-공동 2위-공동 5위를 기록, 당당한 우승후보로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 나섰다. 마스터스에서만 네 번 우승한 우즈는 마지막 우승인 지난 2005년에도 이곳에서 첫날 오버파(2오버파 74타)를 치고 우승했다. 둘째 날 66타로 반등한 덕이다.
이날 최대 고비는 12번홀(파3)이었다. 티샷이 물에 빠졌고 칩샷도 짧았다. 더블보기라면 4오버파로 내려가는 상황. 우즈는 그러나 5m 보기 퍼트를 넣었다. 위기를 잘 넘긴 그는 이후 5개 홀에서 버디만 2개를 잡으며 잘 마무리했다. TV 해설자로 나선 데이비스 러브 3세는 14번홀(파4) 핀 위치가 워낙 까다로워 우즈가 볼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즈는 핀 2.5m에 떨어뜨려 버디를 잡았다.
우즈는 ‘포스트 타이거 우즈’ 추격전을 시작한다. 2013년 PGA 투어 올해의 신인상을 타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조던 스피스(25·미국)가 추격 대상이다. 2013년은 성 추문을 겪고 내리막을 타던 우즈가 5승을 거두며 부활 조짐을 보였던 해다. 그 이후 허리 통증이 도졌다. 스피스는 2015년 마스터스와 US 오픈을 연속 제패, PGA 투어 올해의선수·상금왕에 오르며 포스트 우즈로 조명받았다. 최근 장기인 퍼트가 흔들려 고생하던 스피스는 이날 홀당 퍼트 수를 1.33개로 막았다. 전체 87명 중 두 번째로 퍼트를 잘했다.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3개로 6언더파 66타. 2타 차 단독 선두다. 메이저 3승의 스피스는 ‘오거스타 체질’이다. 네 번 출전에 한 번 우승, 두 번 준우승했다. 지난해는 공동 11위.
이날 13번홀 도중 장갑을 바꿔 끼더니 그 홀부터 5홀 연속 버디를 터뜨렸다. 마법의 장갑이라도 낀 듯했다. 스피스는 “10~12번홀에서 이상할 정도로 오락가락했다. 땀이 찬 것인지 손이 약간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어 13번홀 페어웨이에서 장갑을 교체했다”며 “그때부터 볼이 핀을 잘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3년 만의 그린재킷을 노리는 스피스는 “누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 오거스타내셔널이다. 들뜨지 않겠다”고 했다. 우즈는 스피스와의 7타 차를 극복해야 한다. 역전 우승한 2005년에도 첫날 선두와 딱 7타 차였다. 관건은 드라이버 샷 감 회복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석권)에 마스터스만을 남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3언더파 공동 4위로 출발했다. 올해 출전자 중 최근 4년 연속 이 대회 톱10에 진입한 선수는 매킬로이뿐이다. 중국의 리 하오퉁이 깜짝 4위로 나섰고 김시우는 3오버파 공동 55위로 출발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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