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오픈은 지난해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정복했고 PGA 챔피언십은 앞서 2023년 브룩스 켑카(미국)가 제패했다. LIV 골프는 마스터스 챔피언까지 배출할 수 있을 것인가.
10일(한국 시간)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제89회 마스터스 출전자 95명 가운데 12명이 LIV 골프 소속이다. 비율로 따지면 12.6%. 상당한 비중이다. 그래서 올해 대회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가 고고한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을 탈취할 수 있느냐다. LIV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간 통합 작업이 꽉 막힌 가운데 스콧 오닐 LIV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끼리 잘할 수 있다”는 말로 독자 노선 지향을 분명히 한 상태다. 5월 2~4일에는 LIV 한국 대회도 열린다.
LIV에서 가장 주목 받는 마스터스 우승 후보는 단연 디섐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절 ‘실험’에 미친 별종이었고 때로 밉상이기도 했던 디섐보는 LIV 이적 뒤 최근에는 골프 팬들과 소통에 푹 빠진 인플루언서로 변신한 모습이다.
PGA 투어에서 9승을 올리고 LIV에서 2승을 한 디섐보는 메이저 2승을 모두 US 오픈에서 거뒀다. PGA 투어 소속으로 2020년, LIV 소속으로 지난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매킬로이의 10년 만 메이저 우승을 가로막았다.
디섐보는 4대 메이저 중 디 오픈과 마스터스에는 약한 편이다. 이번이 아홉 번째 출전인데 2023년까지 한 번도 20위 안에 든 적이 없었다. 지난해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가 최종 공동 6위로 마감한 게 최고 성적이다.
무시무시한 장타를 앞세워 ‘코스 파괴자’로 한창 이름을 날린 2020년에 디섐보는 마스터스에 영원히 ‘박제’될 만한 발언을 남겼다.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은 파72 코스지만 나는 파67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 4개 파5 홀 모두 2온할 수 있고 350야드인 3번 홀(파4)은 티샷을 그린에 올릴 수 있어 기준타수를 5타 적게 받아들인다는, 마스터스에 대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디섐보는 그해 공동 34위에 그쳤다. 지금은 초장타를 위한 몸집 불리기도 하지 않는다. 스코어와 우승을 보다 더 신경 쓰는 듯하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5년 전) 파67 운운했던 것을 후회한다. 무례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7일 끝난 LIV 마이애미 대회에서 5위에 오른 디섐보는 “이번 마스터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전문가 중 한 명이 디섐보의 우승을 점치기도 했다.
메이저 5승의 브룩스 켑카(미국)는 이번이 마스터스 열 번째 출전이다. 2019·2023년 준우승자. 지난해 4대 메이저에서 모두 톱20 진입에 실패하면서 ‘메이저 사냥꾼’ 자존심에 금이 간 켑카는 이번 주를 명예 회복의 주간으로 삼으려 한다. 그는 “지난 10년 간 아주 견고하게 메이저 커리어를 쌓았지만 지난해는 일관성이 부족했다. 작년보다 분명히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이번 주 확인될 것”이라며 “200야드 안팎 거리에서 볼 스트라이킹 집중 훈련을 해왔다”고 했다.
마스터스는 자체 출전자격을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한다. LIV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해 출전을 막지 않는다. 이번 출전자 12명의 마스터스 우승 횟수를 더하면 열 번이다. 필 미컬슨(미국) 3회, 버바 왓슨(미국) 2회 등이다. 모두 LIV 이적 전에 이뤄낸 성과다.
55세 미컬슨은 마스터스 통산 상금 1위(약 984만 달러)다. 타이거 우즈(미국)보다 많다. 2023년에 공동 2위를 했고 최근 LIV에서 얻은 자신감을 계기로 마스터스 네 번째 우승까지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자세다. 현실적으로는 올해 LIV에서 벌써 2승을 챙긴 호아킨 니만(칠레)의 우승 확률이 아주 높다고 미컬슨은 말한다.
8일(현지 시간 7일) 공식 연습 라운드는 악천후로 중단됐다. 거의 온종일 많은 비가 코스를 적신 가운데 선수들은 드라이빙 레인지와 쇼트 게임 연습장 등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안병훈은 “톱10이 목표다. 쇼트 게임이 관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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