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공공외교의 접점인 한미연구소(USKI) 소장 교체와 예산지원 중단 등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구재회 소장 교체 문제를 놓고 개입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가 정면 반박하고 있어 논란은 진실공방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김준동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이 지난해 10월30일 미국 워싱턴 주재관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진 e메일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한미연구소는 대외연 등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으며 관리 감독은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맡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조윤제 주미 대사를 포함해 한국 대표자들로부터 구재회 USKI 소장을 교체하라는 요구를 계속 받아왔다”며 “학문의 자유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7~8일 연이어 반박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에 따라 정부 내에서 관리 감독을 맡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이 연구소의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구 소장의 교체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제는 지난 2014년 당시 국회에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현 금융감독원장)이 가장 먼저 제기했고 20대 국회에 들어 정무위원회 간사였던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뤘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국회는 지난해 8월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를 거쳐 여야 합의로 ‘2018년 3월까지 불투명한 운영상황을 개선하고 이를 보고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20억원 예산지원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한미연구소는 매년 우리 정부로부터 2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음에도 실적과 재정이 불투명하고 그 책임자가 12년째 장기집권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게 국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8일에도 춘추관을 찾아와 한미연구소에 대해 “1년에 20억원이 넘은 예산이 들어갔는데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된 보고서 한 장, 달랑 한두 장짜리 보고서가 올라온 게 전부”라며 “그렇게 돈을 투입하면서 투명성 실적이 부진하다면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직무유기”라고 못 박았다. 해당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 당국이 갈루치 이사장과도 접촉하면서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할 만큼 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평가다.
정치권에서도 한미연구소 등 대미 공공외교의 성과와 투명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10여년간 이어져 왔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연구소에 대한 소장 인선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남북 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민감한 시기에 대미외교의 접점에 있는 기관의 인선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가 잡음을 일으킨 점은 시기나 방법상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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