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서부 도시 뮌스터에서 발생한 차량돌진 사건으로 유럽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한동안 잠잠했던 ‘묻지마 차량’ 공격이 재발하면서 무방비 상태로 일상을 즐기던 시민들을 노린 ‘소프트타깃 공격’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독일 당국은 일단 이번 사건이 테러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슈피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3시께 픽업트럭 한 대가 뮌스터시 도심 지역 한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을 향해 돌진해 현재까지 2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다쳤다. 이날 뮌스터 지역은 낮 기온이 20도가 넘는 등 화창한 봄 날씨여서 시민들이 야외 테이블에 많이 나와 있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부상자 가운데 6명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사망자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옌스 R’로만 이름이 소개된 49세 독일 남성으로 차량에서 자신의 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독일 대중지 빌트는 용의자의 아파트를 독일 경찰특무대가 압수수색해 칼라시니코프 AK 47 소총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사건 직후 용의자가 난민 출신이라는 의심이 많았지만 난민 출신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당국은 이번 사건과 극단 이슬람주의와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용의자가 정신적 문제를 겪은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용의자는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겪었고 얼마 전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헤르베르트 노일 내무장관은 “용의자는 독일인으로 항간에서 제기된 것처럼 난민 출신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이 이슬람과 연관됐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체 빌트는 용의자가 극우와 접촉한 적이 있다는 공영 ZDF 방송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이번 사건이 과거 150명의 여객기 추락 참사를 일으킨 독일 조종사 안드레아스 루비츠 사건처럼 용의자가 이른바 ‘확증(확대) 자살’을 한 것인지, 아니면 노르웨이 극우 분자 브레이비크처럼 우익테러를 저지른 것인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충격인 것은 유럽 현지에서 필수품인 트럭이 살상무기로 바뀌며 깊은 공포감을 안겼다는 점이다. 트럭을 포함한 차량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뿐 아니라 정신이상자나 사회불만 세력에 의해서도 무차별적인 살상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나 차량을 이용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드러난 만큼 지구촌의 공포와 불안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명의 사망자와 48명의 부상자를 낸 2016년 12월19일 베를린 크리스마스마켓 테러와 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한 지난해 4월7일의 스웨덴 스톡홀름 쇼핑가 테러에도 대형 트럭이 흉기로 활용된 바 있다. 앞서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인 니스 해변에서 2016년 7월14일 발생해 84명의 사망자를 낸 테러에도 트럭이 살상무기로 이용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범행을 조사하고 희생자들의 가족을 돕는 데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뮌스터의 끔찍한 사건에 심하게 몸서리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프랑스는 독일과 슬픔을 나눈다”며 희생자를 추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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