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지방 분양시장에서는 위축된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줄어들고 미분양 단지들이 적지 않게 나오면서다. 하지만 이런 움츠러든 분위기 속에서도 새 아파트 청약접수에 수만명이 몰리며 서울 강남권 부럽지 않은 높은 관심을 받는 지방 단지도 적지 않다. 규제가 강화되도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쉽사리 꺼지지 않고 지방이라도 입지만 좋으면 ‘될 곳은 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해 지방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4일 분양한 대구의 ‘복현자이’다. 이 단지는 25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4만3,025명이 접수해 평균 1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면적 84㎡A에서는 10가구 모집에 총 9,083명이 지원해 908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78가구를 모집한 84㎡B는 2만1,067명이나 몰려 270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74㎡도 123가구 모집에 8,537개의 청약 통장이 몰렸다.
대구에서 지난 1월 분양한 중구 남산동의 ‘e편한세상 남산’도 평균 346.5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여줬다. 이 단지의 최고 경쟁률은 670대 1까지 치솟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구에는 공급물량이 적어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많다”면서 “특히 최근 분양 단지들은 단지 주변 교육 시설이 적지 않고 도심부에 가깝다는 이유 등이 청약 경쟁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분양한 춘천 온의동의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도 높은 청약률을 기록한 단지 중 하나다. 이 단지는 870가구 모집에 2만3,517명이 몰려 평균 27.0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는 ‘로또 청약’으로 주목받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청약 경쟁률 25대 1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전에서 1월 분양한 ‘e편한세상 둔산’ 1~2단지도 각각 321.36대 1과 241.9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 중 1단지는 69가구 모집에 2만2,174명이, 2단지는 97가구 모집에 2만3,465명이 청약접수에 나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규제가 강화돼도 새 아파트를 원하는 실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면서 “앞으로 검증된 지역과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단지들에 대한 청약자들의 편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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