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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헤지펀드 유혹에...973명이 낚였다

현역 재무설계사 위촉,투자금 459억 가로챈 일당 검거

피라미드형 유사수신 범죄와 달리 교수등 전문직 대상

설계사들은 "수당까지 지급해 사기행각 눈치 못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4월까지 3년 가까이 피해자 973명에게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해주고 연 10~12% 이자도 주겠다고 속여 459억원을 받아 챙긴 권모(46)씨 등 일당 24명을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역삼동 사무실에서 ‘투자설명회’를 진행 중인 이모(45)씨의 모습이다./사진=수서경찰서




미국 유명 헤지펀드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다. 특히 이들은 현업에서 활동하는 재무설계사를 에이전트로 위촉해 수백억원을 가로채는 데 적극 활용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투자금 495억원을 빼돌린 혐의(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권모(46)씨와 이모(46)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에게 투자자를 연결해준 보험설계사 윤모(48)씨 등 1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권씨와 영업총괄로 활동한 이씨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연 10%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는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을 허위로 팔아 973명의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미국과 뉴질랜드 등에 자회사를 둔 해외금융상품 전문회사라고 소개했다. 미국 유학파 출신인 권씨는 D뱅크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해외 금융사의 환차익 금융상품 등에 투자한다며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해외 투자에 필요한 서류라며 영문판 해외투자신고서와 여권 사본을 제출받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도 보였다.

특히 이들은 투자금을 대거 유치하기 위해 현업에서 활동하는 재무설계사와 보험설계사를 선발해 에이전트로 위촉했다. 에이전트들은 판매수익의 6%를 투자유치 수당으로 보상받았다. 불구속 입건된 윤모씨 등은 자신들도 권씨 등의 사기 행각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권씨 등은 투자금을 헤지펀드 투자에는 쓰지 않고 다른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거나 개인적으로 쓰는 등 ‘돌려막기’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유사수신 범죄는 다단계 조직을 활용해 주부·노인 등 사회경험이 적은 계층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지지만 권씨는 교수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 등을 현혹해 수백억원을 끌어모아 제멋대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재무설계사와 투자 상담을 하던 중 원금보장형 상품이라고 추천해줘 투자에 나선 게 화근이 됐다”며 “재무설계사가 여러 상품 가운데 하나로 추천하다 보니 의심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박진용·서종갑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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